에반게리온: 서

어영부영 미루며 안 보고 있던 에바 극장판을 관람했습니다. 개봉한 지 꽤 지나서 볼 사람들은 미리 다 봤을 테고, 평일 낮이기도 해서 그런지 상영관 안은 꽤 한산하더군요.

영화 시작 앞두고 10분 전쯤 극장에 도착. 지정좌석을 딴 사람들이 꿰차고 앉아있어서 앞줄에 자리 잡았습니다. ‘옆자리 사람들이 자리가 불편하니 좀 떨어져 앉았나 보다’라고 삼끼양이 말해서 그러려니 했으나 가만 생각해보니 티켓 끊을 때 같은 줄 좌석은 맨 끝 한자리 외에 텅 비어 있는 상태였던 게 문득 떠오르더군요.

결국 끝자리 사람이 가운데로 옮겨오고 뒷자리 있던 사람도 앞으로 옮겨 왔단 얘기…;; 시야가 좁아서 영화 보는 내내 뒷사람들을 내심 괘씸하게 생각했으나 이미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는 거고…

이야기 흐름이 빠른 편이었으나 비록 설렁설렁 보긴 했어도 TV판 내용은 대충 알고 있는지라 따라가는데 별다른 무리는 없었습니다. 여전히 찌질하다는 평판의 신지 군이야 뭐, 낯선 환경에 던져져 주변으로부터 저런 식으로 압박을 받으면 저 정도 방황은 할 수 있겠거니 싶어 별로 욕할 마음은 안 드네요. 원래 정서적으로 좀 불안하기도 했고 말이에요. 오히려 이런 나약한 모습이 인간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극 중 가장 인상깊었던 건 야시마 작전 부분. 늘상 스포트라이트 받는 에바 파일럿과 네르프 주요 멤버 이외에도 이름 모를 여러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애쓰는 모습을 비춰주는 게 좋았어요.

사실 다들 에바에 열광하고 있던 시절 전 좀 시큰둥 했었습니다. 이번 극장판 역시 연출도 좋았고 영상도 깔끔하고 재미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열광할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이랄까. 주변에서 워낙 열을 올리니 되려 제 쪽이 식어버리는 걸지도요. (좋게 말하면 반골 기질, 나쁘게 말하면 청개구리 심보…?) 이러니저러니 해도 후속편 파가 개봉하면 보러 갈 것 같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