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Q

에반게리온: 서』 『에반게리온: 파』에 이은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세 번째 이야기 『에반게리온: Q』를 보고 왔습니다. 친구랑 신촌 메가박스 저녁 시간대에 갔는데 저녁 먹기는 좀 애매한 때라 에반게리온 콤보 세트를 사서 팝콘 우적우적 먹으면서… 콤보세트에 엽서 다섯 장도 끼워주는데 흑백 뒷면 그림만 다르고 앞면은 다 옆의 포스터와 같은 그림이더라고요.

되도록 까발리지 않는 선상에서 간략한 감상 조금 끄적끄적. 시작하면서부터 알 수 없는 주변 상황과 기묘한 등장인물들의 반응에 물음표가 마구마구 떠다니더군요. 초반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채 우왕좌왕하는 신지의 모습에 감정이입이 될 정도. 전편인 『에반게리온: 파』에서 보여주던 제법 긍정적인 분위기와 열혈스러운 마무리는 다 어디로 가고… 전편의 훈훈한 분위기는 다 신지를 나락에 떨어뜨리기 위한 준비 운동이었던 듯.

전편에서 열혈 소년으로 각성한 줄만 알았던 신지는 충격적인 진실과 맞닥뜨리고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려 결국 큰일을 치지만 이게 또 신지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군요. 주변에서 그렇게 몰아부치지 말고 조금만 배려해줬다면 그 꼴까지는 안 났을 것 같은데. 미사토와 아스카는 오랜만에 마주한 신지를 어찌 대해야 할 지 막막했을 수도 있고 그동안 마음속에 여러가지 울분이 가득 쌓였을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신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잖아요. 살갑게 굴지는 못 해도 하다 못해 상황 설명 정도는 해 줬어야지…;; 새삼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느낍니다.

신지와 카오루 사이에 대놓고 BL 돋는 분위기에 닭살이 오소소소 솟았네요. 그런 장면마다 주변 반응도 술렁술렁. 뭐, 신지 입장에서야 주변과 철저히 단절되고 격리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위로해 주는 인물이니만큼 카오루에게 마음이 기울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만.

그 외에… 아스카와 마리 콤비가 나름대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떽떽 거리는 아스카의 태도를 능글맞게 흘려 넘기며 서포트하는 마리의 모습을 보니 두 사람 상성이 나름대로 잘 맞는 듯. 그리고 비중의 거의 없었지만 신 캐릭터인 사쿠라도 제법 귀여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