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에반게리온 : 서』에서 이어지는 에바 신 극장판 두 번 째 이야기 『에반게리온 : 파』를 보고 왔습니다. 일찍 예매한 것에 비해 그리 좋은 자리가 아니었다는 점이 좀 아쉬웠지만… 저번엔 거의 텅 빈 극장에서 봤었는데, 그 때와는 달리 개봉한 지 얼마 안된데다 주말이어서 사람이 많았던 것 같네요. 단체로 우르르 들어가는 학생 무리도 있더군요.
제 좌석과 같은 줄 중앙 쪽에 멋대로 남의 자리 점거하고 앉아있던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인데… 상영 직전 자리 주인이 들어와서 자리를 옮기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상영관에 관객도 많았는데, 그러지 좀 말지…;; 남의 자리 꿰차고 앉아 뭐하자는 건가요…;;
그건 그렇고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캐릭터들이 예전에 비해 몰라보게 성장 혹은 변화 했다는 게 한 눈에 보이더군요. 인물들이 전체적으로 부드러워진데다, 좀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고나 할까.. 한없이 폐쇄적이던 레이가 타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나, 독선적이던 아스카도 타인과의 교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그리고 겐도가 신지랑 사이좋게 성묘라니, 믿을 수 없는 광경…! 무려 신지에게 칭찬도 해준다…!
이번 극장판에서 아스카의 비중이 좀 줄어들었다는 게 좀 아쉬웠어요. 아스카 성우의 스캔들이 이에 영향을 끼친 건지 어쩐 건지는 저로서는 잘 알 수 없지만… 어째 이번 극장판은 레이를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분위기네요. 전 레이보단 아스카 파였는데. 예고편에서는 아스카가 안대를 쓴 모습으로 나오던데, 다음 편에서 아스카가 어떻게 등장해 줄지 기대중입니다.
신캐릭터 마리의 맹활약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마리는 이미 친숙한 기존 캐릭터와는 달리 제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에서 좀 불리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뇌리에 강렬하게 남더라고요. 등장인물 중 가장 밝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느낌이 풀풀 풍기는 캐릭터라, 등장할 때 마다 분위기가 확 사는 느낌이었어요.
에바3호기와 대치한 초호기 더미플러그의 폭주신에서 밝은 분위기의 배경음악과 잔혹한 상황을 대비한 장면은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 후반에 그 연출이 다시 나올 때는 마뜩치 않더군요. 이런 연출, 한 번으로 족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신지가 다시 돌아와 초호기에 탑승한 이후부터 소년만화스러운 연출이 이어져서 손발이 오글오글. 신지가 열혈소년으로 탈바꿈했네요.
등장 인물의 긍정적인 변화도 그렇고, 카오루의 의미심장한 발언도 그렇고, 세계관 루프설이 정말 설득력 있게 느껴집니다. 비록 본인들은 기억하지 못해도 그간 쌓인 경험이나 마음의 성장은 그 안에 남아있다….라는 연출은 루프물에서는 종종 보이던 거고 말이죠.
어쨌거나 기존 라인을 따라가던 서와는 달리, 파(破)라는 부제에 걸맞게 기존 틀을 부서버린 이번 극장판은 제법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음 편 Q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