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사 마리아 4: 시선에 애절함을, 침묵에 다정함을.

그간의 공적을 인정받아 제2소대의 소대장으로 전격 발탁된 마리아. 출세의 길이 열렸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마리아는 의욕이 철철 넘쳐나 주체를 못할 지경입니다. 마리아 소대의 첫 임무는 사잔 교외의 마을 키에레의 경호와 현지에서의 특훈. 명목상 호위라지만 사실상 휴가에 가까운 임무를 부여받고서 들뜬 마음에 여정에 오른 마리아는 혼의 동거인인 플레임과 사소한 일을 계기로 크게 말다툼을 벌이고 감정이 상해, 마찬가지로 토라져 혼자 날아가 버린 플레임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합니다. 키에레에 도착한 마리아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실체화한 플레임이었는데…

TCG 『몬스터 컬렉션』의 세계관인 육문세계를 바탕으로 특무부대 엔젤네스트 소속 사고뭉치 소환사 마리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코미컬 판타지 『소환사 마리아』 제4권입니다.

이번에 소대장으로 승진하고서, 완벽한 임무 수행에 대원 간에 협조성 넘치는 최고의 소대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포부로 가득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마리아. 하지만 옆에서 프리다는 마리아가 대장에 안 어울린다며 대장직을 알에게 넘기라고 닦달해대지, 어째선지 알은 평소보다 뚱해져서 마리아에게 차가운 태도를 취하지, 마이페이스인 이오니아는 협조성 제로에 의욕 없음.

삐걱거리는 소대를 두고 고민하고 이래저래 난항에 봉착해 낙담하면서 책임감과 부담감에 짓눌리는 마리아가, 스스로의 답을 얻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이 이번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할 수 없는 일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겠어.”라는 마리아 나름의 결론이 제법 마음에 들었어요. 뭐든 걸 혼자서 다 해결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대장으로 임명된 이후 이전보다 차가운 태도를 보이는 알을 보며 쓸쓸함에 젖는 마리아였으나… 알이 뚱한 태도를 취하는 건 그 때문이 아니죠. 사실 알은 마리아가 대장이 된 것에 대해 기뻐함과 동시에 있는 온 힘을 다해 마리아를 서포트해 줄 의욕이 철철 넘쳐나는 상태였는데, 난데없이 등장한 플레임과 마리아의 관계를 오해해서 본인도 자각 못하는 사이 질투로 속이 부글부글.

스스로도 자각을 못하면서 마리아와 플레임의 사이를 질투해 안절부절못하는 알이 인상적이네요. 나중에 자신이 왜 그리도 초조해하는지 깨닫고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마리아를 끌어안는 장면도 나름 좋았어요. 이 정도는 해줘야, 둔탱이 마리아가 눈치를 챌 테니… 마리아도 알의 기습포옹 때문에 알을 의식하게 된 것 같으니 앞으로 두 사람 사이에 좀 진전이 있으려나요.

그간 애매모호했던 마리아와 플레임의 관계정립도 중요하겠죠. 혼을 공유한 존재라는 입장상 어찌저찌 이런저런 위기 상황을 함께 헤쳐온 두 사람이었지만, 그동안 현 상황과 서로에 대한 불만이 잔뜩 쌓인 상태. 사실 양쪽 모두 서로의 존재에 크게 의존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서 두 사람이 대등하게 마주보게 되는 점이 좋았습니다. 두 사람은 둘이서 하나,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 라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나네요.

근데 마리아랑 플레임 사이에 은근슬쩍 연애 플래그가 설듯 말듯한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전 서로 티격태격하며 다투다가도 중요한 순간에 서로 믿고 의지하며 함께 나아가는, 운명 공동체로서의 두 사람의 관계가 마음에 드는지라… 그런 쪽의 전개로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