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콤에서 내놓은 액션 RPG입니다. 플랫폼은 PSP. 제목에 ‘궤적’이 붙긴했지만 스토리면에서나 시스템면에서나 영웅전설 궤적 시리즈랑은 그다지 연관이 없는 듯합니다. 궤적 시리즈의 인기에 편승해 보려는 팔콤의 상술이었을까요…? 물리/마법 공격 2인조 페어 구성이라든가 음식 먹고 경험치 얻어 레벨 업이라든가 애완동물이 아이템 준다든가 하는 모습이 묘하게 『쯔바이!!』 필 납니다. 『쯔바이3』라는 제목으로 나왔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을 거예요.
호기심과 탐구심 넘치는 소년 나유타가 요정처럼 자그마한 소녀 노이를 만나게 되고, 이를 계기로 신비한 세계 테라를 넘나들며 모험하는 이야기입니다. 환상의 문명 로스트 헤븐을 동경하던 나유타는 노이를 만나 또 다른 세상 테라에 발을 들이고, 별의 정원에 잠든 소녀 크레하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곤경에 처한 노이를 도와 테라를 위협하는 젝스트 일당과 맞서게 되는데…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면 테라의 계절을 바꿀 수 있고, 젝스트에게 봉인된 다른 네 명의 관리자들의 협력을 얻게 됩니다. 스테이지마다 아이템과 달성 조건이 있는데, 이를 충족하면 별을 얻고 별이 쌓이면 스승님게 기술을 배울 수 있어요. 진행 도중 제한이 있어서 나중에 다시 도전해야 완벽히 클리어할 수 있다든가 퀘스트를 달성하거나 콜렉트 아이템을 박물관에 기부하면 아이템을 얻는 등 파고들기 요소도 있고… 2주차 돌입해야 모든 요소를 다 클리어 가능한 모양. 어찌 되었든 노이랑 관리자들은 미토스의 민족을 섬긴다면서 실상은 크레하 이외엔 그다지 안중에 없는 듯? 젝스트야 한 다리 건너 관계지만, 세람은 왜 이리 찬밥 신세일까요? 관리자들보다 오히려 나유타가 더 걱정하고 챙겨주는 모양새. 후일담에서는 노이가 두 사람 다 챙기긴 하지만…
나유타를 짝사랑하는 소꿉친구 라이라는 표지 일러스트에도 나오고 해서 비중 있나 했더니 가끔 나와 홀로 삽질할 뿐 별로 존재감이 없네요. 마을 사람 모두 라이라의 마음을 눈치채고 있지만 둔탱이 나유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 게다가 노이가 등장한 이후 노이랑 붙어 다니며 모험하면서 크레하랑 시그너 뒤꽁무니만 열심히 쫓아다니니니 원. 후일담 진행 중 타이밍 어긋나서 고백 실패한 라이라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저 삽질이 네 운명이구나 싶은 마음마저 듭니다. 나유타가 연애에 관심이 없어서 제대로 커플링이 나오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라이라에게 나유타와 맺어지는 미래 따위는 없을 것 같음. 장기적으로 볼 때 크레하쪽이 더 가능성 있을 듯. 이 이야기에서는 파트너 노이가 가장 등장도 많고 비중있었으니 진히로인 취급해줘야 할까 싶기도 하고…
사실 본편 후반에 “어떻게든 될 거야.”, “그래도 넌 틀렸어.”, “그런 짓 하게 둘 순 없어.”, “아직은 잘 모르지만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자.” 등등 대책 없이 긍정론만 내세우는 나유타를 보고 있자니 답이 없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뭔 소리를 해도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니 이거 정신승리가 따로 없군요. 같은 소리 반복할 뿐 대화가 제자리 걸음! 결론적으로는 잘 마무리됐지만 그런 식으로 밀어붙인다고 일이 다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차라리 순순히 죽어 줄 수 없다고, 끝까지 발버둥치겠다고 생존본능에 기대어 발악했다면 공감이 갔을 텐데… 무책임하게 근거도 없이 다 잘 될 거라는 나유타의 무한 긍정 우기기에 넘어가 버린 크레하와 시그너가 이해 안 된다…! 절망적인 상황에 맞서는 건 좋은데, 이 과정을 조금 더 설득력 있게 그려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나유타의 태도에 투덜대긴 했지만 전형적인 소년 모험물인만큼 그럭저럭 무난한 흐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