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아이

이번 달 중순에 개봉한 『늑대 아이』를 봤습니다. 개봉 전 포털 사이트 검색했을 땐 개봉관이 네 개밖에 안 나와 뜨악했는데 나중에 보니 많이 뜨더군요. 아무래도 수가 너무 적다고 생각했는데 등록이 늦게 되었던 모양. 제가 본 곳은 롯데시네마 합정.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보고 온 것치고는 꽤 쾌적한 환경이었어요. 극장 통로와 공간이 넉넉했고, 관객 매너나 분위기도 좋았고… 보고 온 지는 꽤 지났지만 뒤 늦게 감상 끄적끄적.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에 다니는 고학생 하나는 어느 날 강의에 열중하는 한 남자를 만납니다. 느슨하게 흐트러진 대다수 학생과는 달리 학구열에 불타는 모습에 눈길이 가는데… 알고보니 그 남자는 학생이 아니라 일하면서 틈틈이 청강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만남을 계기로 하나와 남자는 사랑을 싹 틔우고 훗날 하나는 남자가 늑대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하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두 사람 사이에서는 두 아이 유키와 아메가 태어납니다. 그렇게 가정을 꾸리고 행복 나날을 보내던 중 남자는 갑자기 저세상으로 떠나고, 하나는 남다른 아이들을 위해 결단을 내리는데…

늑대 인간인 남자를 만나 열렬히 사랑에 빠져 특별한 아이들을 얻고,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낸 뒤 힘겨운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훌륭히 아이들을 키워 내는 하나의 인생 극장… 이라는 느낌? 어린 나이에 두 아이를 품고서 꿋꿋하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하나의 정신력이 돋보였습니다.

러닝 타임 동안 십 여년의 시간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점이 좋았네요. 점차 자라나는 유키와 아메가 귀여웠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점점 자아가 생기면서 성향이 갈리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어요. 유키와 아메가 어릴 때 말썽부리는 건 철이 없어 그렇다 쳐도 어느 정도 나이 찼는데 집안에서 서로 변신해서 쌈박질하고 집안 살림 부서뜨리는 건 좀…;; 애들이 고작해야 십대 초반이고 정체성 문제가 얽혀 있긴 하지만 평범한 엄마가 감당 못할 수준이라. 아이들이 자라서 제 갈길 찾는 건 좋은데… 밤새 비 맞아 상태 안 좋은 엄마를 주차장에 버려두고 가다니 아메 이 불효자 녀셕! 적어도 집까지는 모셔다 줄 것이지…;; 하나는 대인배에 보살이 틀림없어요. 보통 아이들보다 훨씬 버거운 두 아이들을 보듬고 훌륭히 키워낸 걸 보면… 모성애의 승리!

하나 이름의 유래 이야기 나올 때 자막에 하나가 일본어로 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더군요. 뜻을 모르는 사람도 있으니 짧게라도 설명 붙이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유키와 아메의 이름 뜻은 문맥상 쉽게 추측할 수 있으니 괜찮을 것 같지만요. 그나저나 남편 사망이나 아이 실종 신고 등 현실적인 제도 문제는 어찌 처리했을지 슬쩍 궁금해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