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 일인지 집 근처 CGV에서 상영하길래 얼씨구나 기쁜 마음에 보러 가야겠다 마음먹고 있던 『썸머 워즈』를 보고 왔습니다. 주말인 낮인 고로 아이들도 몇몇 있었지만, 다들 제법 얌전해서 비교적 쾌적한 상태에서 관람했습니다. 제 뒷자리에서 발차기하던 아해만 빼면요…
간발의 차이로 수학 올림픽 일본대표 자리를 놓칠 정도로 뛰어난 수학실력을 지닌 소년 겐지. 그가 동아리 선배인 나츠키의 남자친구 행세를 하게 되어 뼈대 있는 무사가문 진노우치 가의 식구들과 인연을 맺고, 현실과 밀접한 관계에 놓인 가상현실세계 오즈의 테러사건에 연루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집안의 기둥인 나츠키의 외증조할머니 사카에의 태도나 상을 당했지만 곧장 마음을 다잡고 장례준비를 하는 집안 여성들의 모습, 후반부 위기 상황임에도 다함께 모여 앉아 식사를 하는 장면 등이 뭔가 익숙하다 싶었는데… 저런 대범하고 현실적인 사고방식, 어쩐지 『키리하라가의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느낌이네요.
가상현실 오즈의 환상적이고 멋들러진 표현에 눈이 매우 즐거웠습니다. 오즈 채팅상 등장하는 한국어도 매우 자연스러워서 좋았어요. 그 외 다른 나라말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오즈와 현실의 대비, 두 세계가 단절되지 않고 어우러지는 모습도 좋더군요.
킹 카즈마의 분투와 나츠키의 승부, 겐지의 맹활약, 그리고 이를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는 친구와 가족들의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나츠키와 러브머신의 대결 중 절체절명 위기 상황, 이름 모를 독일의 접속자를 시작으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어카운트를 나츠키에게 맡기는 부분에서 감동이 솓아오르는데 갑자기 나츠키가 변신하는 장면은 조금 깼습니다만.
디지몬 극장판과 비슷하다고 말들이 많은 모양인데, 전 디지몬 극장판을 본적이 없어서 비교는 못하겠고… 이 애니메이션 자체는 매우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중간에 어딘가 살짝 허술해보이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리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즐겁게 봤습니다.
디지몬에는 그런 멋있는 토끼가 나올 거 같지 않으므로 무효!
올해 첫 댓글…T^T 디지몬 극장판은 안봐서 모르겠는데, TV판 디지몬은 보고 있으면 어쩐지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