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NET CRADLE

학생회 서기이자 문예부 부부장인 아마하시 미쿠는 사랑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여고생. 미후타 학원의 전통이라 할 수 있는 연극의 주인공 ‘아미라’로 선발되어 연극준비에 여념이 없던 그녀의 일상에 변화가 찾아왔으니… 오드아이의 검은 고양이에 이끌려 다다른 문을 통해 신비한 분위기가 넘치는 이세계 ‘미후타프’로 흘러가게 된 이후, 미쿠 앞에는 낮에는 학원에서의 평범한 일상이, 밤에 잠든 후에는 미후타프에서의 생활이 번갈아 펼쳐지게 되는데…

 

오비트의 신생 여성향 브랜드 SPICA의 데뷔작입니다. 카넬리안이 프로듀스했다는군요. 작화도 카넬리안이 맡았으면 좋았을 것 같으나…CG가 깔끔하고 색감이 예쁘니 불만은 없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이후, 언제나 한밤중 아버지를 그리며 눈물짓는 어머니의 모습을 봐온 탓에 사랑에 부정적인 감정을 품게 된 미쿠. 사랑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그녀이건만 어찌하다 보니 학원에서는 사랑에 빠진 연극의 여주인공 아미라 역할을 맡게 되고, 꿈속의 세계 미후타프에서는 왕을 선정하는 무녀 ‘아즈라 사야란’으로서 왕자들 중 어느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어 내심 당황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미후타프의 왕자들이 현실세계의 학원에서 알던 인물들이라 혼란스럽기만 한데…

 

  • 사리야

행방불명이 된 왕과 왕비의 피를 이은 왕자님. 사랑하는 조국 미후타프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왕이 될 것을 결심, 왕을 선정하는 무녀 아즈라 사야란으로서 소환된 미쿠에게 자신을 왕으로 선택할 것을 종용합니다. 미쿠에게 있어서 첫 만남 때부터 칼을 들이대며 고압적으로 굴던 사리야에 대한 첫인상은 최악. 그 때문에 절대로 사리야 만큼은 왕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지는 미쿠였지만, 사리야가 때때로 보이는 자상한 면모에 왠지 모르게 끌리게 되는데…

어린 시절 미후타프에 흘러들어 온 미쿠에게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 모든 일의 발단이랄까요. 과거 고양이 모습이었던 사리야가 꿈속에 흘러들어온 어린 미쿠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 마음을 알아챈 사리야의 어머니 사야란이 그에게 미래를 맡기며 사리야를 인간의 모습으로 바꾼 후 힘을 다해 잠들게 됩니다. 인간으로 변했을 때의 충격 때문인지 사리야는 옛 기억을 잃게 되고… 초반부에는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잊고 있지만, 게임 후반부에 모든 걸 기억해 내는 모양.

다른 루트에서 미쿠를 돕기 위해 이브리스와의 결전 때 나타나 힘을 빌려 주는 모습이나, 다른 남정네와 맺어진 미쿠를 떠나 보내며 아무것도 없는 꿈속 세상에 홀로 남는 건 좀 짠합니다. 근데 다른 루트에서는 이브리스와의 최종 결전 때 에마가 나타나 방해했는데, 왜 사리야 루트에선 코빼기도 안 비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 테시가와라 토우야

문무양도 모범생에 용모가 준수하고 좋은 집안 도련님인 토우야. 유력한 차기 학생회장이며, 여학생들로부터는 쿨하다는 평판을 듣는 인기인입니다.  냉철하고 고압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툰 츤데레. 현실에서는 미쿠의 정혼자이자 연극상 연인 역할인 파트너 ‘아미르’인데다, 어린 시절 꿈 속 세상에서 만난 적도 있고…(아, 이건 키이치로 빼면 다들 그렇던가…) 여러모로 공략 캐릭터 중에서 좋은 자리를 꽤차고 있는 느낌이네요.

토우야는 미쿠에게 한 눈에 반해 내심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있지만, 솔직하지 못한 성격 탓에 늘 오해를 사는 행동만 잔뜩 해댑니다. 사랑을 이루어 주는 부적인 붉은 비즈를 앞에 두고 혼자서 안절부절 못하는 장면이나 미쿠가 친구인 노노쨩이랑 정답게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고 질투해서 자폭해버리는 부분은 좀 웃겼어요. 뭐, 본인 입장에선 죽을 맛이었겠지만… “보통으로 말할 수 있는 걸 가르쳐주는 보충수업이 있다면 개근상 받으며 다니겠다!”고 외치는 장면에서는 대폭소. 나름 서투르고 풋풋한 고교생 커플의 사랑…이라는 점이 좋더군요.

  • 시라토 소우

어린 시절부터 여동생인 츠바키와 함께 미쿠의 곁을 지켜온 소꿉친구로, 미쿠의 보디가드. 언제나 미쿠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인물로, 마찬가지로 미쿠에게 헌신하는 츠바키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합니다. 뭐, 츠바키가 일방적으로 소우를 닥달하는 거지만요. 다른 등장인물들은 현실세계와 꿈속 세계의 이름이 동일한데 반해, 소우를 꼭닮은 왕자는 나수르, 츠바키를 꼭닮은 시녀는 사쿠르라는 현실과는 각기 다른 이름을 지니고 있는데…

소우랑 츠바키는 미쿠의 친가를 섬기는 가신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 정체는 꿈속 세계 미후타프에서 이브리스와 사야란을 곁에서 섬기던 몽마입니다. 나수르와 사쿠르가 그들의 본명인 셈입니다. 그들은 사야란의 뜻에 따라, 어린시절 미후타프로 흘러들어 온 무녀 후보 미쿠를 지키기 위해 현실로 넘어와 미쿠와 함께 지내온 것이지요. 이브리스에게 홀로 대적할 수 있는 인물로, 히어로 중에서 능력상으로는 최강인 것 같습니다. 다른 루트에서 미쿠에게 위험이 닥쳤다 싶으면 득달같이 달려와 실력행사하는 건 좋더군요.

나수르와 사쿠르는 남매…라기 보다는 혼을 공유하는 운명 공동체인 것 같습니다. 소우 루트에서는 두 사람 모두 미쿠의 곁으로 무사히 돌아와서 뿌듯합니다. 다른 루트에서도 역시 소우와 츠바키가 마지막까지 미쿠를 지켜주려 애쓰는 게 짠하네요. 다른 루트 타면 두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도 안타깝고 말이죠.

  • 사이렌지 리히토

전교생의 신뢰를 한몸에 받는 미후타 학원의 학생회장인 리히토는 꿈 속 세계 미후타프에서는 가장 유력한 국왕후보. 어린 시절 만난 공주님을 위해 필사적으로 이상의 왕자님이 되려고 발버둥치는 인물로, 겉으론 여유로워 보이지만 사실 치졸하고 조바심을 쉽게 내는 성격입니다. 처음부터 현실과 미후타프 양 쪽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부드러운 겉모습과는 달리 이것저것 속으로 꾸미는 게 많습니다. 미쿠 역시 리히토의 본심을 알 수 없다고 느껴 그와 거리를 두려 하지요.

이야기 흐름상 아마도 어린 시절 공략 캐릭터 중 가장 먼저 미쿠와 만난 것 같습니다. 미쿠와 만난 이후 오로지 미쿠에게 어울리는 왕자님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이런 일 저런 일 벌이며 끊임없이 노력해 왔는데, 미쿠에게 준비된 왕자님은 자신 이외에도 여러 명인 것에 울분을 느끼는 것도 이해는 가네요. 특히 미쿠의 왕자님이 된다는 것에 자신의 존재의의를 건 리히토에게 선왕의 적통인 사리야가 미쿠를 위해 준비된 왕자라는 사실이나, 자신을 이상형으로 여기고 따르는 토우야가 현실에선 미쿠의 약혼자라는 사실에 열등감이 폭발하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달지도…

토우야 루트랑 키이치 루트에서 후반에 자신의 공주님을 찾아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좀 안쓰럽습니다. 기나긴 일편단심을 생각하면 차마 리히토를 외면할 수가 없네요.

  • 사쿠라자와 키이치로

유쾌한 성격의 축구부장. 공략대상 중 유일하게 미쿠와 어린 시절에 만난 적이 없는 인물이입니다. 공략 캐릭터 중 미쿠와의 인연이 가장 옅은 편인데다, 키이치로 본인도 연애엔 둔감한 편이라 초반 연애도는 낮은 편. 키이치 선배는 좋은 사람이긴 한데, 섬세함이 부족한 편이에요. 여자아이에게 대뜸 몸무게를 물어보는 건 좀 곤란하지요…;; 후반에는 키이치로의 과거 트라우마와 엃혀 제법 절절한 분위기로 흘러갑니다만.

소우 루트에서 인간과 사랑에 빠졌던 몽마 얘기가 잠시 언급되는데, 그게 바로 키이치 선배의 부모님 이야기입니다. 다른 루트에선 최종 결전 전에 카가미 선생님이 주인공 커플 앞에 나타나 한소리 늘어놓는데, 여기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네요. 키이치의 어머니인 하루카와 인연이 있거나 키이치가 혼혈이란 사실과 연관이 있는 거려나요…? 소우에게도 잔소리 했던 걸 생각해보면 단순히 몽마 혈통이라 넘어간 건 아닐 것 같고…

 

초중반까지 루프 구성을 보여주긴 하는데, 어째 살짝 함량 미달이라는 느낌입니다. 초기엔 본격 루프물을 구상했는데, 나중에 기획이 바뀐 게 아닌가 싶어요. 실제로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작품의 스토리 라인이 한 번 바뀌었다고 하니 제법 그럴 듯도 하고… 뭔가 있어보이는 분위기를 풍기던 이야기의 방관자 카가미 선생님은 끝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네요. 숲의 마도사는 첫등장부터 확 감이 와서 정체가 밝혀졌을 땐 그럼 그렇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쨌거나 CG도 예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에 적절하게 흐르는 BGM, 박진감 넘치는 연출과 효과음 등이 어우러져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사리야 굿엔딩 외엔 다른 캐릭터별 엔딩에서 하나같이 엔드롤이 안뜨니 다같이 묶어서 배드엔딩 취급하는 듯해서 미묘한 느낌이네요. 사리야 굿엔딩이 진엔딩이라는 건 인정하겠지만, 다른 엔딩 너무 찬밥신세 아닌가요…;;

그러고 보니 오비트랑 서버즈파라다이스 두 곳의 합작으로 『GARNET CRADLE ~The Ark of Phantasm~』이라는 제목의 SNG가 올해 가을에 공개예정이라는 듯. SNG가 대체 뭔가 해서 찾아봤더니 Social Networking Game의 약자라네요. 간단히 말하면 커뮤니티 중심의 온라인 게임인 모양입니다. 카넬리안이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길래 후속작인가하고 기대했는데 좀 아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