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주쿠 탐정학원 스틸우드

예전 어느 유명 탐정의 공적으로 하라주쿠는 ‘탐정의 거리’로 변했다. 탐정들이 동경하는 장소 하라주쿠에는 탐정학원이 있다. 탐정을 목표로 탐정학원에 입학한 귀여운 소녀 호리키타 유키는, 7년 전 세상을 떠난 하나뿐인 언니 아키가 탐정을 꿈꾸며 다니던 그곳에서, 여러 사람과 새롭게 인연을 맺으며 충실한 생활을 보내는데… 유키는 자신과 한 팀이 된 동료와 함께 무사히 과정을 마치고 탐정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여성향 게임 브랜드 오토메이트에서 내놓은 여성향 연애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탐정을 꿈꾸는 소녀 유키가 보내는 1년간의 탐정학원 생활을 다룬 이 작품은 단순한 선택지 어드벤처가 아니라 추리라는 게임적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4월 입학식부터 틈틈이 벌어지는 탐정파트와 각종 이벤트, 기말시험, 마지막 졸업시험을 무사히 통과하면 전 과정을 마치고 졸업이 기다리고 있지요.

공략대상은 부잣집 도련님에 머리좋고 냉철한 마츠자와 유, 밝은 성격의 분위기 메이커 아키즈키 준노스케, 성실하고 우수하지만 타인과의 소통에 서툰 미사토 히비키 등 3명의 팀메이트와 이들의 담임인 히라사카 쿄스케, 하라주쿠에서 의상실을 경영하며 부업으로 정보상 일도 겸하는 후요 카오루 등을 포함해 모두 5명. 공략 캐릭터 외에도 다양한 조연이 등장합니다.

추리요소는 그리 본격적이지 않고(애당초 큰 기대도 없었고…) 전체적으로 가볍습니다. 1회차 때에는 탐정파트에서 조사하고 탐문하고 보고서 작성하는 게 꽤 재미있었는데… 매번 똑같은 걸 반복하려니까 좀 질리더군요. 누굴 공략해도 탐정파트는 공통으로 진행되는 터라… 탐정 파트를 좀 다양하게 만들어 주던가, 2회차부터는 스킵할 수 있게 해줬으면 바람직했을 텐데 말이죠.

첫 플레이 시 기말시험이 좀 어려웠어요. 마음은 급한데 시간 제한…;; 일본 휴대전화 자판 같은 걸 이용하는 추리 문제는 도대체 답이 안 보인다…;; 나중엔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데다 익숙해져서 척척 풀리지만요. 같은 팀 동료의 호감도가 높으면 정답이 틀려도 서포트 해줍니다. 낙제점 받으면 퇴학당한다는데 처음엔 공략 대상이 서포트 해줘서 무사히 통과했고 나중엔 요령이 생겨서 쫓겨난 적은 없습니다. 적어도 1회차 때는 같은 팀원을 공략하는 것이 편할 듯하네요.

마지막 졸업 시험은 팀원들과 함께 사쿠라 가전의 비리 의혹 의뢰를 조사하는 사쿠라 가전 편,  언니의 지인인 쿄스케 선생님과 카오루와 함께 7년 전 언니의 죽음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우는 동자 편으로 갈리네요. 언니의 죽음에 대한 진상도 밝혀지고 제목의 ‘스틸우드’가 무엇인지 밝혀지기도 하니, 쿄스케 선생님이 진 히어로인가 싶습니다. 언니 아키가 유키에게 곧잘 해주던 “진실을 아는 것만큼 멋진 일은 없고, 거짓에 휘둘리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라는 말이 초대 스틸우드가 남긴 말이라는 사실도 드러나고요. 쿄스케 선생님은 학교 실습에서 허구한 날 시체 역할 맡는 모습은 좀 딱하기도 합니다만, 사실 명탐정의 이름을 이을 정도로 실력자였다니…

우는 동자 편에서 볼 수 있는 노멀 엔딩도 인상적이더군요. 소꿉친구인 하루 오빠가 공략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게 좀 이상했는데… 과연, 하루 오빠는 이미 임자가 있었군요. 아무리 고인이라 해도 언니 걸 넘보는 건 찜찜하니 그걸로 됐지만요. 아키는 시원스러운 성격에 뒤 끝없으니, 두 사람이 잘되어도 응원해 줄 것 같지만서도 두 사람은 함께 언니를 추억하는 동지로 남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키는 유령이 되고 나서도 여동생을 눈에 넣어도 아파하지 않을 팔불출에 소꿉친구이자 연인인 하루의 행복을 바라 마지않는 착한 아가씨네요. 아키가 살아 있었다면 참 대단할 것 같습니다. 사랑해 마지않는 동생 유키 주변을 얼쩡대는 남정네들을 다 숙청했겠지요…^^;;

탐정학원은 1년제라, 선후배 관계없는 학창 생활이라는 사실이 좀 아쉽네요. 선생님 중에 선배도 있지만, 그거랑은 또 다르잖아요. 체험학습 때 탐정학원 학생이 되고자 하는 예비 후배를 만나긴 하지만, 이 아이가 입학할 땐 다들 졸업할 테니 같은 학교에서 선후배 관계로 볼 일은 없음. 동급생인 라이벌 격 팀6랑 투닥거리긴 하지만… 팀6는 진행상 라이벌이란 느낌이 크게 안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