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y×MACHINEGUN THE GAME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도시 NY 시티를 지키는 히어로 조직 캡틴 밴이스트 소속 아이돌 경관 타이니 맥다니엘은 입서 이후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잡무만을 도맡아 하며 한숨짓습니다. 타이니는 밴이스트의 창시자인 할아버지 블레들리와 현역 히어로로 맹활약 중인 오빠 레이건드를 동경하지만 아직은 의욕만 앞서는 실수투성이에 사고뭉치. 그러던 어느 날, 오래전 브레들리의 활약으로 검거되어 수감 중이던 탈옥범 브레이크의 등장으로  밴이스트 소속 히어로의 활약 아래 쭉 이어질 것만 같았던 NY 시티의 평화가 깨지고 마는데…

 

여성향 게임 브랜드 리젯에서 내놓은 게임입니다. 장르는 여성향 슈퍼 폴리스 어드벤처. 미디어믹스 기획으로 드라마CD 3편이 발매될 계획이었던 모양이나 1편만 나오고 나머지는 무기한 연기되었나보군요. 그 외에 게임 개시 이전 시점을 다룬 코믹스가 한 권 나온 모양. 소재나 스토리도 그렇고 화면이나 연출도 그렇고 미국 히어로 만화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느낌이 물씬 듭니다.

공략 캐릭터는 타이니의 이복오빠 레이건드 맥다니엘, 레이건드의 버디이자 타이니의 선배인 울프, 수배범으로 쫓기는 전직 밴이스트 히어로 미도 젠, 독일의 치안 유지 조직 코맨듀르 헬샤프트에서 파견 나온 하인츠 지크베르트, 뉴욕 시장의 아들이자 군수 기업 잭로스트의 사장인 라이언 젠킨스, 뉴욕 시티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흉악한 범죄자 브레이크 등 총 6명.

제6화까지 공통 루트이고 2회차부터 7화에서 밴이스트 루트와 잭로스트 루트로 갈린 후 개별 캐릭터 루트로 들어가네요. 중반까지는 감탄사나 일부 단어만 목소리가 들어가는데 8화(잭로스트 루트 쪽은 7화)부터 풀보이스입니다. 루트 제한이 걸려 있어서 라이언은 2회차부터, 하인츠와 브레이크는 라이언 공략 후에 진행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브레이크와 하인츠 루트에서 이야기의 핵심에 다가서는 만큼 마무리는 브레이크 -> 하인츠 순으로 매듭짓는 게 무난할 듯싶네요.

게임 개시하고 초반에 너무도 평화로운 나머지 꽃밭이 펼쳐질 것만 같은 분위기에 살짝 어안이 벙벙. 이대로 평온하고 느긋한 분위기로 진행하나 싶었으나 브레이크 등장 후 분위기가 급격하게 무거워집니다. 이 게임, 제법 과격하고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네요. 죽어나가는 사람 수도 무시무시함. 악역인 브레이크가 제어 없이 파괴 충동에 막 나가는 타입이라 그런지 더 그런 듯…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에 맞서 싸워 나간다는 설정은 취향이었습니다.

초반에 혼자서 제멋대로 움직이는 타이니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니 이 동네 치안 유지 기구 밴이스트의 지휘 계통은 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건가 싶은 생각부터 들더군요. 말단이 이렇게 돌발 행동을 밥 먹듯이 해도 되는 건가…;; 너무 평화로워서 느슨하기 그지없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아무래도 브레이크와 하인츠 루트가 흑막의 핵심을 짚어내는 만큼 이야기가 가장 나았던 듯합니다. 다른 루트는 해피 엔딩을 봐도 원인 해결은커녕 원인 자체가 제대로 드러나지를 않아서… 마치 상처 외상은 봉합했는데 안에 곪아 들어간 부분을 잘 모르고 방치해서 언젠가 썩어들어갈 것만 같은 찝찝함이 남아있다는 느낌이었거든요. 브레이크 루트와 하인츠 루트는 진실에 다가서기는 하는데 이야기 전개가 극과 극이네요. 브레이크 루트 쪽은 소중한 사람을 차례차례 잃고서 홀로 고난에 맞서야만 하는 극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하인츠 루트 쪽은 타이니 주변 인물의 희생은 거의 없이 제법 안정된 상태에서 동료들과 함께 힘을 합쳐 고난을 헤쳐 나아가게 됩니다.

여성향 게임이지만 연애 비중은 적은 편. 브레이크 엔딩은 플레이어의 기대를 배반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 엔딩에 어느 정도 납득하는 편이라서 별로 불만 없지만요. 캐릭터 성향도 극단적이고 타이니와 대척점에 놓인 인물이라 행복하게 맺어지는 게 오히려 상상이 안 감…;; 저는 무난하게 하인츠×타이니 커플을 지지합니다. 덤으로 젠 아저씨는 마리아랑 행복해지시라…

그나저나 리젯에서 나오는 게임은 일러스트도 예쁘고 시스템도 쾌적하고 캐릭터나 세계관도 상당히 공을 들이는 것 같은데 스토리가 미묘하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 작품도 조금만 더 보완하면 훨씬 좋아질 것 같은데 뭔가 참 아쉽습니다. 그 외에 이전에 접했던 리젯 게임은 배경음악이 다 좋았다는 기억이 남아있는데 이 게임은 배경음악이 밋밋했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