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안 로즈 테일러: 사랑의 드레스와 꽃봉오리 숙녀

19세기 영국. 런던 교외의 마을 리프스 타운 힐에 있는 양장점 ‘로즈 컬러즈’의 주인 크리스가 만드는 드레스는 사랑을 이루어 준다는 소문이 돌면서 큰 인기를 끕니다. 그 소문을 듣고 찾아온 셜록은 다리를 다쳐서 걸을 수 없게 된 여동생 플로렌스를 위해 드레스 제작을 부탁하지요. 셜록의 의뢰를 받아들인 크리스는 신체 치수를 재기 위해 플로렌스가 요양 중인 옵시디언즈 저택을 방문합니다. 크리스가 만든 사랑의 드레스는 플로렌스의 마음을 비추고, 그 속에는 생각지도 못한 비밀이 숨어 있었는데…

영국 빅토리안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소설 『빅토리안 로즈 테일러』 시리즈 제1권입니다. 북오프에 1권이 있길래 집어와 봤는데, 알고 보니 20권이 훌쩍 넘는 미완결 시리즈네요.

사람이 품은 마음의 형태를 드레스로 만들어내는 재봉사 크리스와 하크닐 공작가의 장남 셜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소녀 대상 로맨스 소설…이긴 한데, 초반 도입권이라 그런지 주인공 커플 크리스와 셜록이 서로 미묘하게 의식하는 정도일 뿐 본격적으로 로맨스가 펼쳐지려면 시간이 걸릴 듯한 느낌입니다. 크리스 성격이 소극적인데다 트라우마가 있고 신분 차이 문제도 있고 해서요. 셜록도 크리스에게 친절한 편이긴 한데 귀족의 특권을 당연하게 여기는 느낌이고. 수수하고 소극적인 노동자 계급 소녀와 화려하고 자신만만한 귀족 청년이 과연 어떻게 사랑을 풀어갈지…

이번 권에서는 셜록의 여동생 플로렌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크리스가 만드는 사랑의 드레스나 그와 대극에 있는 어둠의 드레스, 크리스의 어머니 린다에 얽힌 어두운 과거 등 이런저런 떡밥이 나오네요. 노동자 계급인 크리스가 자신의 처지나 신분을 굉장히 신경 쓰고 있고, 크리스의 어머니도 상류층 애인에게 버림받은 과거가 있고, 이번 권 악역이 귀족에 대한 증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만큼 앞으로도 신분 문제가 커다란 갈등 요소로 등장하지 않을까 싶어요.

영국풍 이야기나 드레스를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실만할 듯 하네요. 예쁜 드레스 묘사나 소재 이야기가 눈길을 끕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아키의 그림도 예쁘고… 밑바닥에 어두운 설정이 깔려있긴 하지만 잔잔하고 따뜻한 느낌이 풍기는 작품입니다. 뒷이야기도 좀 더 읽어 볼 마음은 있는데, 시리즈가 길어서 좀 부담되네요. 과연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

P.S. 중간에 크리스가 귀족 가의 화려한 애프터눈 티타임을 즐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참 부럽더군요. 애프터눈 티타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