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 조련사와 왕자님 Portable

카틀라이아 왕국에 사는 소녀 티아나는 장차 어머니처럼 훌륭한 맹수 조련사가 되어 세계 각지를 여행하기를 꿈꿉니다. 재주를 가르칠 맹수와 만나지 못하고 낙담하던 어느 날, 우연히 시장에 네 마리의 동물이 팔려나온 것을 보게 되지요. 길들일 맹수를 간절히 바라던데다, 쇠약해진 동물의 모습에 안쓰러워진 티아나는 어머니가 맡긴 소중한 브로치와 바꿔 동물들을 사들인 후 집으로 데려옵니다. 어딘가 심상치 않은 태도를 보이던 동물들이 갑자기 사람의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그들의 정체는 바로 행방불명된 이웃 나라 파잔의 왕자님들! 티아나는 동물로 변해 버린 네 명의 왕자님에게 걸린 저주를 풀 수 있을 것인가…?!

 

여성향 게임 브랜드 오토메이트에서 내놓은 연애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본래 PS2판으로 먼저 발매된 작품을 PSP판으로 이식한 물건이지요. 메르헨풍 물씬 풍기는 아기자기한 게임이에요. 팬디스크인 『맹수 조련사와 왕자님 ~Snow Bride~ Portable』도 이식 발매되었습니다.

공략 대상은 바람둥이 첫째 왕자 마티어스, 우직한 둘째 왕자 알프레트, 신경질적인 셋째 왕자 루시아, 순둥이 막내 왕자 에릭, 카틀라이아 왕립도서관 부관장으로 일하는 소꿉친구 클라우스, 약국에서 일하는 밝고 붙임성 있는 청년 실비오 등 총 6명. 공략 대상 모두 동물로 변신합니다.

게임 중간마다 동물을 쓰다듬어 주어 호감도를 올리는 모후모후 시스템이 있는데… 잘 쓰다듬으면 기분 좋은 표정지으며 해롱대는 게 귀엽네요. 이 모후모후 시스템이 호감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듯. 맨 처음 알프레트를 공략했는데 얘는 열심히 만져줘도 반응이 시큰둥해서 참 힘들다 싶었는데… 다른 캐릭터는 금방 하트를 뿅뿅 날리더군요. 알프레트의 둔감한 성격을 반영해서 그런 건지…? 조작에 제법 익숙해진 뒤 해봐도 알프레트가 유독 힘든 듯해요.

공략 대상이 동물로 변해서 겪는 애로 사항이나 이런저런 해프닝을 보고 있노라면 귀엽고 흐뭇합니다. 등장인물 사이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도 볼거리. 종종 캐릭터들이 묘한 태도를 보이거나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는 경우가 있는데 속사정이 밝혀지면 그때 그래서 그랬구나 싶더라고요.

티아나와 왕자들이 소란스럽고도 평온한 일상을 누리는 가운데, 왕자들을 위기로 몰아넣은 음모의 실체가 드러나고 더 큰 위협이 다가오는데… 그 와중 공략 대상이 품은 어두운 과거와 고뇌 역시 수면위로 떠오르네요. 그 중 가장 반전 있는 인물은 에릭이었습니다. 에릭이 앙겔리카의 아들로 태어났으면 파잔 왕실에는 그야말로 피바람이 불었을 듯…;; 그외 언제나 툴툴거리면서도 속으로는 순애보를 간직한 츤데레 루시오의 모습이 제법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만보면 왕자들의 등장으로 클라우스가 가장 손해 본 게 아닐까 싶네요. 평소라면 티아나랑 만날 일도 없는 왕자들이 대거 등장해 소꿉친구를 채가니. 별일 없이 평범하게 지냈으면 티아나랑 무난하게 맺어졌을 것 같은 인물은 역시 클라우스라… 클라우스 본인은 예전부터 이미 티아나를 마음속에 품고 있고, 티아나의 엄마나 주변 사람들 역시 이를 지지해 주고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티아나가 가지고 있던 브로치라든가, 파잔 왕국 선왕과 티아나 부모님 사이의 관계라든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팬디스크에서 다루려나요?

작화도 예쁘고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음악도 잘 어우러지고 시스템도 편리하고 스토리도 무난합니다. 조건 채우면 열리는 이런저런 덤도 알차네요. 동물이나 메르헨을 좋아하신다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