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주계 폴리포니카 THE BLACK EPISODE 1&2

소설로도 착착 발매되고 있는 『신곡주계 폴리포니카』 블랙 시리즈의 키네틱 노벨판입니다. THE BLACK 편에서 다루고 있는 건 소설판 이전의 이야기예요.

에피소드 1은 오랫동안 인간사와 떨어져 살다가 속세로 나온 마나가와 큰 사고를 당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된 마티아의 첫 만남과 두 사람의 계약, 마티아가 경관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에피소드 2는 마나가와 마티아가 루샤제리우스시 경찰서 정령과에 배속된 후 우연히 셰리카란 이름의 소녀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THE BLACK은 상당히 도회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인지라, 크림슨이나 화이트 편처럼 화려한 정령전 같은 건 펼쳐지지 않네요. 막바지에 정령전이 펼쳐지긴 하지만 투박하다고 할까 군더더기가 없다고 할까… 크림슨과 화이트 편과는 다르게 정령전은 이야기에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마티아가 연주하는 신곡도 우울한 블루스 풍이고 말이죠(만약 포론이 전투 지원으로 연주한다면 코티가 길길이 날뛸 법한 그런 곡조). 밝고 호쾌한 분위기를 원하신다면 화이트나 크림슨 쪽이 더 나을 듯 합니다. 화이트 편은 판타지스런 냄새가 물씬 풍기고, 블랙 편은 현실적인 감각이 두드러지네요. 크림슨은 그 중간쯤 이랄까요.

크림슨이나 화이트편에서는 인간과 정령의 긍정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춘데 비해, 블랙편에서는 시각을 달리해 ‘인간의 좋은 이웃’으로 깊게 인식된 정령과 인간 사이의 어두운 부분을 현실적으로 비춰준다는 점이 큰 차이점 일 듯하네요. 개인적으로 블랙편의 분위기와 관점이 꽤나 마음에 들었어요. 겉보기엔 언밸런스한 마나가와 마티아 커플도 꽤 귀엽고. 그나저나 지금까지 접한 폴리포니카 시리즈 중 원조격인 크림슨 편의 호감도가 가장 떨어진다는 게 좀 아이러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