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elot에서 발매된 키네틱 노벨의 다섯번째 작품입니다. 신곡주계 폴리포니카는 현재 폴리포니카란 동일한 세계관 아래 각기 다른 작가가 각각 다른 주인공을 내세워 크림슨, 화이트, 블루, 블랙 편 등으로 나뉘어 진행중인 모양이에요. 포론과 코티카르테가 활약하는 이 작품은 시리즈의 원조이자 크림슨편에 해당합니다. 사카키 이치로의 글발 덕분인지 내용은 술술 잘 읽히는 편.
폴리포니카의 세계관은 상당히 독특합니다. 일찍이 세상에는 오로지 혼돈만이 존재하고 있었으나 이를 가련히 여긴 주세신(奏世神)의 연주에 의해 세상은 창조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주세(奏世). 주세신은 8명의 시조정령을 만들어 내었고 힘을 다한 주세신은 마지막으로 그의 후계자로써 인간을 창조한 뒤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든 정령의 어머니에 해당하는 시조정령들은 그런 인간을 지켜보며 정령들을 만들어냈다고 하죠. 여기까지의 내용은 게임에서 언급되는 창세설 중 하나인 주세전설입니다. 주세와 관련된 이야기만 봐도 폴리포니카의 세계는 음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정령, 그것은 세상에 넘쳐나는 “지성있는 어떤 존재”. 그리고 불가능을 가능케하는 기적의 힘을 지닌 정령들에게 있어 힘의 양식이 되는 신곡을 제공하는 대신, 정령들의 힘을 빌리는 것이 바로 신곡악사입니다. 정령과 신곡악사간에 전속계약을 맺는 것도 가능한데, 이 때 정령은 계약한 악사의 스타일에 맞게 자신을 조율하여 계약자의 신곡에 대해서 보다 높은 효율을 얻게 됩니다. 정령계약을 맺은 경우 정령은 같은 신곡으로 보다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악사의 신곡은 잘 받아들일 수 없게 되고 한동안 계약한 악사의 신곡을 듣지 못하게 되는 때에는 폭주하게 되는 부작용이 뒤따르게 되지요. 이른바 양날의 검이란 느낌.
주인공인 포론은 기가 약하고 선량한 소년인데 비해 그의 주변인물들은 대부분 마이 페이스인지라 이리저리 휘둘리는게 포론의 일상생활입니다. 특히 그의 계약정령인 작은 폭군 코티카르테에게 말이죠. 독점욕 강한 츤데레 코티양의 애정표현은 둔감한 포론에게는 잘먹혀들지 않는 듯하네요. 포론을 동경하는 후배 페르세와 뒤엉켜 아웅다웅하는게 코티양의 일상생활. 이를 곤란하게 여기는 건 포론과 페르세의 쌍둥이 동생 프리네 뿐이고…^^;;
1화는 코티와 정령계약을 맺었지만 여전히 제대로된 신곡을 연주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좌절하고 방황하며, 자신이 신곡을 연주하는 이유를 찾게되는 포론의 이야기. 2화에서는 유기리 자매의 과거를 중심으로 정령과 인간, 신곡악사에 대한 고찰로 이야기가 전개되었습니다. 신곡악사에 대한 환상이 깨져 혼란스러워하는 페르세에게 “신곡악사는 신이 아니라 기술자일 뿐”이라는 말을 해준 학원장님의 말씀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든지 맹목적인 건 좋지 않죠.
다음편에서는 13년전 활개를 쳤던 수수께끼의 테러집단 ‘탄식의 이방인’의 활동재개와 그들이 노리는 어떤 물건, 그리고 코티카르테의 과거 등… 여러가지 감추어진 비밀이 밝혀질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