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네스티타 공주를 만나기 위해 왕궁에 잠입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던 아리아와 셰난. 셰난은 아리아에게 솔직해질 수 없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당혹해 하고, 라일에게는 아리아의 행방을 캐내려는 왕가의 손길이 뻗쳐옵니다. 시에네스티타 공주의 주위를 둘러싼 삼엄한 감시로 인해 직접 그녀를 만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아리아는 시에네스티타 공주와 접촉할 다른 수단을 떠올리는데…
『환수강림담』 제7권입니다.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었던 한 권이었어요. 지금까지 이어져온 이야기 중에서 연애도 역시 단연 최고.
여지껏 고압적인데다 주변에 대해 무심한 태도를 취했지만 아리아와의 교류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츤데레 왕자님 셰난. 그동안 그는 자신이 아리아에 대해 품은 감정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아리아에 대한 동질감이라고 여겨왔습니다만, 이번에 자기 감정을 확실히 자각했습니다. 감정을 자각했어도 여러모로 감정 표현에 서툰지라,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만. 셰난의 종자인 유리스토르는 셰난의 감정을 가벼이 여기고, 셰난의 성장에 적당히 이용할 요량으로 방관하는 상태인데… 후에 이로 인해 두 사람 사이에 마찰이 생길지도 모르겠군요.
아리아와의 관계로 인해 일개 촌뜨기 기사에서 왕가의 아이돌(…)로 급부상한 라일은 자기 목숨을 걸고서 왕가를 상대로 위험한 외줄타기를 계속하는 중. 그나저나 이제껏 아리아가 라일을 단순히 소꿉친구 또는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 치곤 묘하게 라일을 의식한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역시나. 소꿉친구 관계로썬 왕도적인 설정이긴 합니다만. 입에 발린 소리하며 수작거는 라일에게, 아리아가 딱잘라 거절하는게 좋았습니다. 이번 권에서 두 사람이 제법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긴 하지만… 어째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라일과 아리아가 이어질 가망성은 매우 낮은 듯한 느낌이네요. 라일은 아리아를 노리는 국왕의 의도로 인해 왕가에 엃매여 버린 상태인데다, 그에겐 생각할 것도 많고 지켜야 할 것도 많은지라… 라일 스스로도 이젠 글러먹은게 아닐까 하는 체념의 감정을 어느 정도 품고 있는 것 같고 말이죠.
이야기를 돌려 시에네스티타 공주와의 만남에 대해 끄적끄적. 우여곡절 끝에 시에네스티타 공주와 마주한 아리아는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왕가와 아란담 기사단의 관계와 광염의 봉인에 관련된 진정한 목적에 대해 전해 듣습니다. 어째 이야기를 들어보면 영수인 그리폰보다 성수인 광염의 격이 더 높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드래곤의 무녀에게 건 마음의 봉인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폰은 일반 환수 수준으로 힘이 격하된데다 말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다니… 게다가 계약의 문에 들어가기만 하면 누구나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그리폰과는 달리 광염과의 계약은 까다롭기도 하고요. 역시 이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광염은 단순한 성수는 아닌 것 같네요.
왕국의 안정을 바라는 춘양가와 셰난의 측근인 유리스토르 간에 맺어진 동맹. 본의 아니게 왕가에 깊게 연루되어 가는 라일. 아리아와의 접촉으로 본디 힘을 찾게 된 그리폰의 무녀공주 시에네스티타. 아리아의 아버지 게이드와 행동을 함께 하고 있을 쿠르사드와 과거에 뭔가 인연이 있는 듯 싶은 미르히랜드 공국의 힐디아 공녀와 그 측근 나이젤. 그리고 모두와 헤어져 광염과 단 둘이 낯선 곳에 떨어져버린 아리아. 완결나려면 앞으로도 갈 길이 먼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