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강림담 -들어라, 목숨을 건 은의 검-

슈탄 제국과의 전쟁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도는 리스탈 왕국. 왕립기사단의 일원으로서 전쟁에 참가하게 된 라일은 나라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국왕의 태도에 크게 감명받아 현왕가에 대한 충성심과 경외감를 품게 되고… 한편, 아란담의 땅에서 전쟁준비에 힘을 쏟는 셰난은 조금씩 주위의 신망과 인심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먼 이국땅에서 쿠르사드와 재회한 아리아는 쿠르사드의 진의를 알 수 없어 주저하게 되는데…

전쟁을 앞둔 뒤숭숭한 분위기속에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군상극 『환수강림담』 제10권입니다. 뜻하지 않게 벌어지게 된 전쟁이라는 갑작스런 상황 변화가 여러 사람의 입장이나 처지를 뒤바꿔 놓는 게 인상적입니다.

일단 전쟁을 앞두고 어수선한 아란담섬과 아란디 지역. 전쟁준비에 바쁜 아란담 기사단 및 지역 주민들의 모습이라든가, 전쟁에 나서 주목을 받고 싶은 마음에 날뛰는 미르테가 속한 ‘성스러운 처녀회’의 움직임이라든가… 특히 셰난의 성장과 변화가 두드러지게 드러나네요.

아리아와 만나게 된 이후, 그간의 고압적이고 거만한 태도를 버리고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셰난. 그의 솔직하고 진지한 태도에 주변 사람들의 인심이 쏠리기 시작합니다. 이에 편승해 유리스토르는 셰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자 하고… 셰난은 왕위에 그다지 미련이 없지만, 아무래도 선왕의 적자이자 제1왕가의 계승자란 지위가 그를 가만 나두지 않을 듯합니다. 측근인 유리스토르를 비롯해 춘양가 역시 셰난을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셰난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갖게 된 위더가 나중에 어떤 형태로 그의 힘이 되어줄 지도 궁금하네요. 그나저나 셰난이 아리아와 연결되어 있는 성종자에게 은근히 질투를 품는 모습이나 예전에 성종자의 자리를 거절한 것에 대해 격하게 후회를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만… 후에 스스로 아리아의 성종자가 되는 것을 청하게 되려나요…?

현시점에서 막내 공주님인 셰리카가 달이 차 환수를 맞이할 수 있는 몸이 되었다는 것도 중요. 원래대로라면 셰리카에게 그리폰을 계승시킨 뒤 눈엣가시 같은 시에네스티타를 외국으로 시집보내버린다는 것이 국왕의 속셈이었지만 전시에 미숙하고 철없는 어린 셰리카를 그리폰의 무녀로서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 된거죠. 본의는 아니지만 국민들에서 인기와 신망이 높고, 오랜시간 그리폰을 사역해 왔으며 현명하고 사려깊은 시에네스티타를 전면에 세우려는 국왕의 뜻을 듣고, 나라를 생각하는 국왕의 마음에 감복하는 라일의 심경이 나오네요. 근데 어린 시절 아리아를 상대하던 경험과 노하우로 셰리카의 마음을 사로잡는 라일이라니 이거 안되겠음. 물론 라일은 어린 여동생을 상대하는 마음으로 셰리카를 대하는 거지만, 셰리카 쪽은 라일에게 이성을 대하는 감정으로 푹 빠져버렸는데…;; 이 철부지 아가씨가 나중에 무슨 사단을 낼지 두려워요.

라일과 키르슈의 대면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지요. 아리아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나 그녀를 버리고 떠나버린 키르슈와 현재 대외적으로 아리아의 약혼자라 알려져 있는 라일, 이 두 사람의 연적 사이에 흐르는 씁쓸한 분위기가 참… 서로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데다, 아리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거짓이 아니란 걸 꿰뚫어 보아 차마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미묘한 마음… 말하자면 동병상련의 감정이랄까요?  처음 목적은 어찌됐든 아리아를 좋아하게 된 건 진심인데다, 오해를 사면서도 아리아를 위해 떠날 수 밖에 없었던 키르슈가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드네요. 키르슈를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는데, 아리아가 대강 마음을 추스린 상태라 키르슈는 연애전선에서 뒤쳐져 가망이 없어 보임…;; 키르슈에 뒤이어 언젠가 왕가와 아리아, 둘 사이에서 고뇌하며 둘 중 단 하나만을 선택해야 할 그 날이 올 때, 과연 라일은 어떤 길을 걷게 될런지…

마지막으로 미르히랜드에 있는 아리아 일행의 이야기. 간만에 쿠르사드와 재회한 건 좋은데, 뭔가 심상치 않은 태도를 보이는 쿠르사드를 보고 주저하는 아리아. 그렇지만 쿠르사드를 신뢰하기로 결심한 아리아는 일부러 의심스러운 행동을 취한 쿠르사드의 마음을 헤아려, 당장에라도 아버지를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을 접고 일단 궁전에 들른 뒤 나중에 아버지를 찾아가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미르히랜드의 공녀 힐디아를 자처하는 여성과 대면하게 된 아리아. 그녀가 가짜란 걸 꿰뚫어 본 아리아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