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저트 킹덤

인간 세상에는 전설로 남겨진, 마력을 지닌 마신들의 왕국 EVUU. EVUU를 다스리는 마신왕의 외동딸 아스파시아에게 큰 이변이 찾아옵니다. 그동안 거리낌 없이 흥청망청 써대던 아스파시아의 마력이 바닥나버린 것이지요. 말도 안 되는 현실에 경악하는 아스파시아에게 아버지는 놀라운 진실을 알려줍니다. 아스파시아가 마신과 인간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라는 사실을 말이지요. 처음 듣는 충격 고백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아스파시아에게 남겨진 길은 인간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대가로 마력을 받아 진정한 마신이 되는 것뿐인데… 과연 아스파시아는 무사히 마력을 채워 무사히 진정한 마신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여성향 게임 브랜드 오토메이트에서 나온 PS2용 연애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데저트 킹덤』이라는 게임 제목에 걸맞게 아라비안풍 세계관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마력이 다 떨어져 인간이 되어버릴 위기에 처한 아스파시아가 인간에게 봉사하며 마력을 채워 진정한 마신이 되고자 2개월의 방랑 끝에 인간 세계의 사막왕국 킹덤에 찾아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처음 킹덤에 도착했을 때 아스파시아의 마력은 달랑 1%. 마력은 소원의 난이도와 만족도에 비례해서 돌아오기에, 쪼잔하게 자질구레한 소원만 들어줘서는 마력을 다 채우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판국입니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맞는지, 아스파시아의 마신안에 일이 잘만 풀리면 단번에 엄청난 마력을 채워줄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의 대박 상대가 포착되는데… 잡화점 ‘ZACCA’의 점주 세라, 킹덤의 재상 샤론, 교단 모스키노의 어새신 비, 마신의 알을 찾는 모험가 레제타, 교단 모스키노의 고문역인 신학자 이슈마르 등 총5명이지요.

이런 이유로 약 한 달간 킹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자잘한 소원을 들어주고, 대박 타겟 주변을 찝쩍거리며 기한 내에 무사히 마력을 채우는 것이 목적입니다. 킹덤 주민의 자잘한 소원은 룰렛 돌리기로 진행되고, 소원을 적절히 들어주면 마력이 들어옵니다. 잘못 선택하면 보답은 커녕 마력이 깎일 때도 있으니 주의해야 하고… 대박 타겟을 노리면 연애 노선 타는 거죠. 밝은 분위기에 캐릭터들이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는 맛으로 플레이하면 좋겠네요.

치고

또 치고

날리고…

아스파시아는 명색이 공주님으로 태어나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려왔을 텐데, 길거리 노숙 생활에 주변 사람과 격의 없이 지내는 등 여러모로 털털한 성격입니다. 절반은 마신이라 길바닥을 구르며 지내도 골병 같은 건 안 들어요. 게임 중 아스파시아가 마력을 향한 속물근성을 내비치는 모습도 제법 재미있네요. 아스파시아는 못 말리는 말괄량이에 천연 기질이 넘쳐나고 표정 변화가 다채로우며 연애 감각이 거의 제로. 사실 주변 인물도 다들 만만찮은 마이페이스긴 합니다만.

게임 초반부터 하이텐션에 개그와 패러디가 넘쳐납니다. 주인공 아스파시아가 다혈질에 엄청 드센 성격이라 수행원 역할인 운바라(+기타 피해자)가 샌드백처럼 얻어맞는 장면이 자주 나오네요. 여성향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렇게나 패드의 진동을 자주 느끼긴 또 처음인 듯합니다. 겉보기에 게임 분위기나 전개가 밝고 가벼워서 저연령층 대상인 것 같은데, 어째 개그나 패러디는 성인층에 통할 법한 내용이 많아서 좀 언밸런스한 느낌입니다. 그 사실을 제작진도 잘 알고 있는 모양인지 게임 중에 대놓고 말하기도 하고 …;; 은근히 마니악한 소재도 곧잘 나오네요.

그 남자는 츤데레

게임에서 제일 괜찮은 캐릭터 및 루트는 이슈마르였어요. 솔직하지 못한 이슈마르의 행동이 제법 귀엽더군요. 자기 방에 눌러앉은 아스파시아를 위해 의자를 하나 더 마련했는데 아스파시아가 이를 알아채자 딴소리해대는 거나, 몰래 아스파시아가 쓸 베게를 사러 갔다가 들켜서 버벅대는 모습이 귀여워요. (운바라 왈, “이 녀석 전형적인 츤데레 같습니다.”) 이슈마르는 아스파시아를 굉장히 의식하는데, 공주님은 영 둔탱이라서 그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합니다만…

일반적으로 게임 엔딩을 맞이하면 스탭롤 뒤에 후일담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 게임에서는 첫 캐릭터 엔딩 시 세라와 함께 엔딩 본 캐릭터와의 추억이 얽힌 장소를 돌아보는 「세라와 함께」가 나오네요. 그 이후에는 메뉴를 선택하면 볼 수 있는 형식. 이 오마케 코너도 개그 분위기가 철철 넘치네요. 그런데 세라는 명색이 메인이라 그런지 스탭롤 이후 정식 후일담도 나옵니다. 오마케 코너도 세라 중심이고… 게임 특성상 오마케 코너에서 많이 망가집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