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코~MIYAKO~ 월영의 꿈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의 세 번째 식신인 삼호는 갓 태어나 백지상태여야 정상일 텐데, 기묘하게도 어렴풋한 기억과 자의식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녀는 자기 이름을 사유키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어쨌거나 사유키는 사유키의 이름을 인정하지 않고 무성의하게 식신 삼호라 이름 붙인 심술 궂은 주인 세이메이의 뜻에 따라 항상 툴툴거리는 식신 일호와 엉터리 관서 사투리를 쓰는 식신 이호와 함께 시고료(仕事寮)에 몸담고 날마다 이런저런 일을 맡아 하게 됩니다. 개성 넘치는 시고료 동료들과 지내던 사유키 앞에 수수께끼의 아야카시 토벌 조직 사타슈(沙汰衆)가 나타나고, 아야카시 범람과 함께 수도에 위기가 닥쳐오는데…

여성향 브랜드 생크추어리가 제작하고 오토메이트에서 발매한 PSP판 여성향 게임 『미야코~MIYAKO~』를 PC판으로 이식한 작품입니다. PSP판 나오고 얼마 안되서 추가요소 포함해 PC판으로 이식했네요. 처음부터 PC판 이식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작사 생크추어리가 본디 PC 게임 브랜드이니 당연한 수순 같기도 하지만…;;

공략 대상은 사디스트 성향의 주인님 세이메이, 츤데레 선배 식신 일호, 사유키를 살뜰히 챙겨주는 새 형태 식신 이호, 시고료를 이끄는 귀공자 이즈미, 이즈미를 경호하는 뛰어난 검호 요리미츠, 언제나 밝고 느긋한 고승 겐신, 시고료의 라이벌 조직 사타슈 두목 도만 등 총 7명.

낮의 시고료

밤의 시고료

제목에 쓰인 미야코(雅恋)는 ‘都’란 한자와 동음 이의어를 이용한 말장난 같네요. 솔직히 독음 없이 한자만 있었으면 도무지 어떻게 읽어야 할지 알 수 없었을 듯…;; 시대물이나 역사 관련물은 지식이 별로 없어 좀 약한 편이지만, 어쨌거나 일러스트가 예뻐 보여서 플레이해보았습니다. 헤이안 시대는 전혀 모르지만 언젠 뭐 지식 갖추고 게임 했나 싶은 마음도 들었고…

배경 지식 없이 플레이했지만 상당히 미묘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네요. 내용도 전개도 실망스러운 편입니다. 시대물로써도 아마 그다지 평가가 좋지 않을 듯? 시대 고증은 기대하기 어렵고 헤이안 시대에서 이름과 설정을 따온 판타지 능력 배틀물스러운 분위기가 풍깁니다. 설정 따온 가상세계를 싫어하는 편도 아닌데, 이 작품은 유독 거슬리더라고요. 세이메이랑 도만이 막바지에서 서로 거대화되어 싸우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 할 말을 잃었어요. 글 자체도 재미없는데 공통 루트가 길고 종종 나오는 전투가 커맨드 선택식인데 지루하네요. 루트마다 전투가 거의 판박이에 길기도 해서 더욱 지겹습니다…;; 차라리 전투를 넣지 말아줬으면 더 편했을 듯해요.

세이메이와의 첫만남

이즈미와 요리미츠와 함께 향 제조

일호와 이호의 협력

이호와 평온한 한 때

도만이 이루려던 복수의 끝

주인공 식신 삼호에게 본인이 사유키라는 자의식이 있고, 무언가 어렴풋한 기억이 남아 있어서 무언가 전생이 관련되어 있다던가, 아니면 다른 혼이 식신 몸에 들어갔다던가 그런 쪽으로 생각했는데 진실은 좀 다르네요. 진실이 드러나는 도만 루트에서 도만과 사유키의 관계가 상당히 미묘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만은 사유키에게 옛사랑의 그림자를 봤는데, 전혀 다른 사람이잖아! 사유키는 남의 감정과 기억에 휩쓸려 도만과 엃히게 된 거고. 그 상황에서 도만을 구원해줄만한 존재는 사유키 뿐이긴 한데, 어째 영혼 아가씨의 술수에 넘어간 듯한 찜찜함이…

어쨌거나 이야기의 중심축인 세이메이나 도만 모두 그다지 안 땡기더군요. 등장 인물이 대체로 다 땅 파고 삽질을 해대니 보고 있는 입장에서 여러모로 난감합니다.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시원스럽고 유쾌한 이호랑 자상한 이즈미 정도? 이 두 사람이 그나마 처음부터 사유키를 잘 챙겨주는 편이라, 사유키는 둘 중 하나 잡으면 마음 편히 잘 살 수 있을 듯합니다.

해상도 높고 시원스러운 와이드 화면과 예쁜 작화와 편리한 시스템은 좋았습니다. 특히 줄거리 기능이 좋네요. 이미 읽은 단락을 간단히 몇 줄로 요약해 보여준 뒤 넘어가는 게 매우 편리해요. 그리고… 음악도 좋았네요. 메인 테마가 제법 마음에 들었어요. PSP로 팬디스크가 나오긴 했는데, 그쪽은 어떨는지 모르겠네요.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은 듯하지만서도… 팬디스크를 비롯해 소설이나 만화 등도 나오는 걸 보면 작품 자체가 어느 정도 인기 있는 건가 싶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