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문화제가 시작되었으나 오레키 호타로가 소속한 고전부에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착오로 문집 「빙과」를 너무 많이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원래 예정 부수보다 약 7배 많은 200부나 쌓인 문집 때문에 부원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학교 내에서는 기묘한 연속 도난 사건이 일어납니다. 도난품은 바둑돌, 타로 카드, 물총 등. 문집 판매를 위해 도난 사건을 해결하여 고전부의 지명도를 올리고자 하는 부원들의 성화에 호타로는 사건의 수수께끼에 도전하게 되는데……
청춘 미스터리 고전부 시리즈 제3권입니다. 문화제를 맞이하여 활기가 넘치는 카미야마 학원 문화제(통칭 칸야제) 때 펼쳐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루네요. 2권까지는 오로지 호타로 일인칭 시점을 고수했는데, 이번 3권에서는 고전부원의 시점이 번갈아가면서 펼쳐집니다. 시점이 바뀌는 단락마다 스페이드-호타로, 하트-에루, 클로버-사토시, 다이아몬드-마야카로 표시해주는데다가 다들 개성이 드러나는 문체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니 시점 구별이 어렵지는 않네요.
여러 인물 시점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볼 수 있으니 재미있어요.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등장인물의 속내도 볼 수 있었고… 작가 후기를 보면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문화제 그 자체라고 하던데, 캐릭터들이 학교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니며 이런저런 일을 체험하는 모습이 흐뭇하더라고요.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며 부실에 짱박혀 있는 호타로 시점으로만 진행했으면 참 지루했을 듯. 축제 행사 중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요리 연구회 주최 요리 배틀 ‘와일드 파이어’였습니다.
‘기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어쩐지 씁쓸한 청춘 군상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이리스 선배에게 간단한 교섭술을 배우지만 결국 자신에게는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에루, 호타로에게 직접 뛰어다니는 사건 조사는 안 맞는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나섰다가 결국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호타로에게 기대를 거는 사토시, 엄청난 재능을 눈앞에 두고 동경하는 마야카와 좌절하는 코우치 선배, 친구의 재능에 기대를 걸고 메시지를 보내려 한 사건의 범인. 넘을 수 없는 재능의 벽에 부딪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재능이 있어도 아무 의미를 두지 않는 이가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죠. 이러한 이야기는 『광대의 엔드롤』에서 나왔던 이리스 선배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듯하네요. 결국 범인의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고 실패했다는 점도 제법 현실적.
그나저나 이번에 귀국해서 집으로 돌아온 호타로의 누나 토모에는 또 호타로에게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주고 유유히 사라지네요. 다 알면서 호타로에게 떠넘기고 알아서 해보라는 듯이 가버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 묘한 기분입니다. 토모에는 참 만만치 않은 인물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