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데 힘을 쏟지 않는 ‘에너지 절약’이 인생의 좌우명인 오레키 호타로는 외국으로 여행 떠난 누나 토모에의 명령을 받습니다. 부원이 없어서 폐부 위기에 빠진 고전부에 들어가라고 말이지요. 귀찮은 것은 질색이지만 반항하면 뒷일이 커질 것을 우려한 호타로는 순순히 고전부 입부서를 냅니다. 어차피 그다지 하고 싶은 일도 없기도 하고, 다른 부원이 없으면 부실을 개인 공간으로 쓸 수 있다는 친구 사토시의 말에 그리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지요. 그러나 호타루는 방과 후 찾아간 고전부실에서 또 다른 고전부원인 치탄다 에루를 만나게 되는데…
추리소설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데뷔작으로 2001년 제5회 카도카와 학원 소설 대상 영 미스테리&호러 부문 격려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이 책은 고전부 시리즈 제1권에 해당하는 작품인데 원래 스니커 문고의 서브 레이블 스니커 미스터리 구락부에서 시리즈 2권인 『광대의 엔드롤』까지 나왔지만 스니커 미스터리 구락부가 없어지면서 속편을 내지 못하게 되었다고 해요. 스니커 문고 쪽에서 나왔을 때 타카노 오토히코가 일러스트를 맡기도 했던가 봅니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카도카와 문고로 편입되어 시리즈 5권까지 나온 상태입니다. 『빙과』의 영어 부제는 스니커 문고에서 나올 당시 ‘HYOUKA’, 카도카와 문고로 이적 후 ‘You can’t escape’라고 붙었는데 28판부터 ‘The Niece of Time’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여러모로 사연 많은 작품이군요. 현재 교토 애니메이션에서 제작한 TV 애니메이션이 절찬 방영 중이니 아시는 분들은 아실 만한 작품인 듯하네요. 그러고 보니 애니메이션화를 기념하여 책에 기간 한정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띠지를 끼워 준다는 모양입니다. 『빙과』의 띠지를 장식한 인물은 치탄다 에루.
고전부 시리즈는 일인칭 시점으로 펼쳐지는 청춘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호타로는 만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성격의 평범한 고교생인데… 본인 말에 따르면 뭐든지 대체로 평균적이지만, 전개를 보자 하면 두뇌 회전이나 영감의 번뜩임은 보통이 아닌 듯하네요. 이리저리 모은 실마리를 토대로 추리를 이끌어 내는 것도 다 호타로고. 회색에 방관자 기질이 충만한 호타로는 어느 소녀와의 만남을 통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 소녀가 바로 치탄다 에루입니다. 에루는 이름만 대면 알 사람은 아는 명문가 출신에 청초한 인상을 풍기는 아가씨이지만… 호기심이 왕성한 데다 뛰어난 기억력에 엄청난 후각을 지녔습니다. 호타로가 사건에 개입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인물이지요. 여기에 흥미본위로 들어온 호타로의 친구 후쿠베 사토시와 사토시를 따라 들어온 이바라 마야카까지 가세해 이야기를 풀어 가게 됩니다.
어쨌거나 호타로가 고전부에 들어가게 되면서 이런저런 사건을 거치며 에루의 부탁을 받아 고전부 OB였던 에루의 외삼촌 세키타니 준과 관련된 33년 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는 것이 이번 이야기의 골자입니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일상의 작은 사건을 거치며 진상에 다가서는데, 여러 사건에서 얻은 소소한 단서나 정보가 맞물려 퍼즐이 완성되네요. 마지막에 과거 사건의 수수께끼나 의문이 드러나고 에루 마음속에 남아 있던 응어리도 풀린지라 마무리는 제법 잘 지어진 듯합니다. 그다지 의욕 없던 호타로가 에루와 고전부 동료의 활기에 자극받아 자발적으로 사건에 관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고요. 중요한 순간에 이것저것 떡밥을 뿌려대는 호타로의 누나 토모에의 의중이 여러모로 미심쩍기는 하지만… 누나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히 드러나려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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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펼치는 일상 미스터리 고전부 시리즈 제2권입니다. 고전부 시리즈 제1권 『빙과』에서는 작은 조각을 하나씩 줍다 보니 나중에 퍼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