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산으로 인정받은 쿠마노 고도, 타마쿠라 산에 있는 타마쿠라 신사. 그곳에 사는 이즈미코는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산기슭에 있는 중학교와 집을 왕복하기만 할 뿐인 생활을 보냅니다. 이즈미코에게 청천병력과도 같은 소식이 전해집니다. 이즈미코에게 소꿉친구 미유키와 함께 도쿄에 있는 호조학원에 입학하기를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 그 지역의 고등학교로 진학하기를 바라는 이즈미코와 이즈미코의 의향 때문에 유명 사립학교에서 강제로 산골에 끌려온 미유키는 어른들의 결정에 반발합니다. 그 와중에 이즈미코 주변에는 기묘한 일들이 일어나고, 이즈미코의 일족에는 커다란 비밀이 숨어 있었는데…
‘카도카와 은수저 시리즈’라는 하드커버 양장본 사양 레이블에서 창간 라인업으로 나온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후 문고판으로 나왔지요. 현재 양장본으로 5권, 문고판으로 3권까지 나왔습니다. 11월에 양장본 6권, 12월에 문고판 4권이 나올 예정이네요. 6권 책 소개에 최종권이라고 나와 있더군요. 문고화 된 걸 보면 판매부수도 제법 되는 모양이고, 애니화가 결정되었고 코믹화가 진행 중인 인기작입니다. 애니 캐릭터 원안이 키시다 메루라니 조금 기대되네요. 얼마나 그림체 잘 살려 반짝반짝 예쁘게 나올런지…
일 때문에 바쁜 부모님과 떨어져 외할아버지가 있는 타마쿠라 신사에서 자란 이즈미코는 무척이나 소심하고 낯가림이 심한 소녀. 단짝 친구들과 같은 평범한 생활을 동경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거리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즈미코가 사는 신사로 가는 차편이 없어 자가용 통학을 해서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친구들과 놀러다닐 수도 없거니와, 공부도 못 하고 운동 신경도 둔하고 외모도 수수해서 무엇하나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점이 없습니다. 전자 기기를 건드리는 족족 망가뜨려서 휴대전화나 컴퓨터는 제대로 써볼 엄두도 못 내지요.
그러던 어느 날, 이즈미코는 언제나 양 갈래로 땋은 머리 모양이 또래들과 동떨어진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고 조금을 달라지고 싶다는 마음에 앞머리를 자르는데 그 날 갑작스레 이변이 일어납니다. 이를 계기로 소꿉친구인 미유키가 이즈미코의 학교로 전학을 오는데, 사실 두 사람은 소꿉친구라 해도 그리 살가운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아버지 유키마사의 횡포와 더불어 이즈미코와 자신이 주종관계라는 시대착오적 소리에 울분이 쌓인 미유키는 이즈미코를 냉대합니다. 이즈미코 역시 가시 돋힌 미유키가 달갑지 않은 마음이라 미유키를 돌려보내고 싶어하지요. 어떡해서든 유키마사의 결정을 무르기 위해 도쿄행 수학여행을 기회 삼아 유키마사보다 영향력이 강한 이즈미코의 어머니 유카리코를 만나기로 합니다. 미유키와 함께 낯선 도쿄에서 불길한 기운에 쫓기던 이즈미코는 자신의 혈통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되는데…
내성적인 소녀가 사실은 특별한 혈통과 능력을 지닌 엄청난 인물이다…라는 내용을 전제로 깔고 펼쳐지는 이야기. 이즈미코의 모계는 대대로 강한 영력을 타고나 히메가미(姫神)라 불리는 존재가 강림하는 그릇이 되며, 야마부시(山伏)는 히메가미와 이즈미코의 혈통을 섬기며 그 힘을 노리는 존재. 야마부시 이외에 해외에서도 그 힘을 노리는 자가 있다고 하고. 앞으로 이즈미코는 자신을 노리는 세력 때문에 이리저리 치일 듯한 분위기네요. 히메가미에게 야릇한 감정을 품은 듯한 유키마사가 미유키에게 라이벌 선언을 하는 통에 이즈미코를 사이에 두고 부자 사이에 기묘한 삼각관계가 형성될 조짐도 보여요. 원체 삭막한 부자 관계라 극단으로 치달을지도…
이즈미코에게 강림한 히메가미는 앞으로 15년이면 모든 게 결판난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그럼 이후 15년간의 이야기를 다룰 셈인가 싶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RDG 시리즈는 6권이 완결. 다행인지 불행인지 작중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듯합니다. 서로 정반대 성향에 물과 기름처럼 쉽사리 섞이지 않을 것 같던 이즈미코와 미유키는 조금쯤은 서로 인정하며 가까워진 듯하니 앞으로 힘을 합쳐 고난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그나저나 이번 권에서 와미야가 처음 등장했을 땐 크게 활약할 것 같은 분위기라 기대했는데, 물론 활약하긴 했지만 그렇게 끝이라니 좀 아쉽네요. 본의 아니게 이즈미코와 미유키의 관계를 진전시키고 이즈미코의 등 떠밀며 이별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