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메이트에서 나온 여성향 어드벤처 게임 『S.Y.K ~신설서유기~』의 팬디스크입니다. 본편과 마찬가지로 이 팬디스크도 PS2판에 추가요소를 더해 PSP판으로 이식한 물건이에요. 본편보다 이 팬디스크가 훨씬 더 평이 좋은데… 그럴만하네요. 내용도 충실하고 즐길거리도 많아요.
팬디스크의 메인인 「여행의 기억」에서는 현생의 이야기를 다룬 현장 편과 전생의 이야기를 다룬 금선자 편을 선택해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현장 편과 금선자 편은 조건을 만족하면 각 캐릭터 루트가 열리는 구성입니다. 이렇게 「여행의 기억」을 차근차근 클리어하며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명계 편과 천축일가 편도 개방되고, 오마케(?)에 해당하는 「잠시 한숨」에서 CG와 프로필, 외전 소설, 4컷 만화 등등 다양한 요소를 즐길 수 있어요.
현장 편은 경전을 찾으러 나선 현장 일행이 여행 중에 겪는 소소한 이야기입니다. 조건을 채우면 캐릭터별 본편 후일담도 열립니다. 후일담은 본편에세 정식으로 맺어진 커플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달달합니다. 기존 메인 공략 대상도 중요하긴 하지만… 역시 이번 팬디스크의 꽃은 이랑진군 루트 일까요? 이랑진군은 금선자 편 최종장을 플레이하면 현장 편에서 공략 가능.
금선자 편은 현장의 전생인 금선자 시점에서 과거 진상이 드러나는 이야기. 금선자가 과연 어떤 인물이었고, 주변 사람들과 어떤 관계였나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금선자나 다른 인물의 전생 모습은 제대로 안 나오네요. 외전 소설 중에 전생 모습과 현생 모습이 다르다는 말은 나오는데 새로 캐릭터 디자인하기 귀찮았던 걸까요? 금선자 얼굴 제대로 안 나오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오정과 팔계 스오 등의 전생은 스탠딩 CG 없이 목소리만 나오니 허전한 느낌…
제천대성은 참 시원스러운 성격의 호남이네요. 자신의 이상과 사랑을 위해서 지위와 명예를 버리고 반역자가 된 금선자를 따르며 지지해주고 목숨까지 바친 순정남. 제가 생각 없이 돌진하는 열혈파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제천대성은 보기 드물게 뜨거운 가슴에 차가운 이성을 지닌 캐릭터입니다. 호탕한데 바보가 아니라는 점이 좋았어요. 하지만 이미 과거 시점에 소멸한지라 본편에서는 코빼기도 안 비칠 뿐이고…;; 여러모로 자진해서 손해 보는 인물이라 안쓰럽습니다.
외전 소설 중에는 배드 엔딩을 보완한 후일담도 있습니다. 이 배드 엔딩 후일담이야말로 정식 공략 못 했던 서브 캐릭터 엔딩이라고 봐야 할지… 석가여래는 금선자 편도 그렇고 본편도 그렇고 왜 이리 찜찜한 결말밖에 안 나는지 모르겠네요. 나탁은 금선자에게 남몰래 연심을 품고 있다가 환생한 현장에게 일그러진 애증을 보여주는데 과거와 현재 모습의 격차가 크군요.
그나저나 금선자는 정말 무서운 마성의 여자네요. 과거에 주변 사람들 호린 게 보통 아님. 주변에서 금선자를 싫어한 이가 없군요. 관음보살은 매번 시비 걸긴 했지만 삐뚤어진 애정 표현이란 느낌이고, 본편에서는 그런 분위기 전혀 안 풍겼던 나탁과 이랑진군마저 은근슬쩍 호감을 품고 있었고… 제천대성 때문에 복수에 불타던 이랑진군의 마음속 응어리를 푼 건 현장이지만, 결국 금선자가 뿌린 씨앗을 거둬들인 느낌이라서요. 현장은 홍해아도 제패했으니 무서울 게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