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부 문집 「빙과」 제작에 한창인 여름 방학 어느 날, 고전부원은 치탄다 에루의 지인 이리스 후유미에게 초청받아 2-F반이 문화제에 출품할 자주 제작 영화 시사회에 참여합니다. 그러나 그 영화는 폐옥 안 문이 잠긴 밀실에서 소년이 팔이 잘린 채 죽어 있는 장면으로 끝을 맺습니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채 찜찜하게 끝나버린 영화의 뒷부분이 신경 쓰인다는 에루의 뜻에 따라, 호타로와 고전부 동료들은 함께 미완성 영화에 숨겨진 트릭과 결말을 찾아 나서는데…
고전부에 몸담은 호타로와 동료들이 펼치는 일상 미스터리 고전부 시리즈 제2권입니다. 고전부 시리즈 제1권 『빙과』에서는 작은 조각을 하나씩 줍다 보니 나중에 퍼즐이 완성되더라…하는 전개였다 치면 이번 이야기는 미완성 퍼즐틀을 던져주고 그 안을 채워넣는 느낌이네요. 하나의 사건을 의식해서 집중적으로 파고든다는 점에서 저번 권보다 이번 이야기가 더 밀도 있는 듯. 본격 살인사건과 트릭을 파헤친다는 점에서 미스터리 소설 팬들도 만족할만한 내용일 테고요.
이번 권은 고전부원들이 미완성 영화의 트릭과 결말을 관찰자 입장에서 심사해 달라는 이리스 선배의 부탁을 받아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영화의 각본을 맡은 혼고는 사건의 트릭과 결말을 정해 놓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로 몸져누워버린 탓에 각본은 중간에 끊긴 상태인데 이 내용을 밝혀내 나머지 부분을 기한 내 무사히 촬영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처음에 이리스 선배는 호타로 일행에게 그 내용을 알아내 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호타로의 태도를 보고 한발짝 물러서 다른 사람들의 추리 내용을 심사해 달라고 하지요.
사실 처음 읽으면서부터 내내 이상했던 부분이, 왜 다들 원래 각본가인 혼고에게 이야기 개요나 트릭을 묻지 않느냐 하는 점이었어요. 그편이 훨씬 빠르고 간단하고 확실할 텐데… 왜 여기에 다들 생각이 미치지 않는 건지, 왜 호타로 일행에게 그 내용을 떠넘기는지… 나중에 진실이 드러나면서 이리스 선배의 의도는 밝혀집니다만, 그래도 보통 제일 먼저 물어볼 생각부터 하지 않나…? 영어 부제 ‘Why didn’t she ask EBA?’는 이 부분을 지적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쨌든 고전부원들은 관찰자 입장에서 2-F반 소속 학생들 세 명의 내용 추리를 듣지만, 다 모순점이 있어서 채택되지 못합니다. 시간은 촉박한데 마땅한 답은 나오지 않고, 2-F반 비디오 영화 제작은 좌초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언제나 자신이 평범한 인물이고 이전 빙과 사건도 단순히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하던 호타로는 능력 있는 사람은 이를 자각해야 한다는 이리스 선배의 말에 자극받아 각본의 수수께끼를 풀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호타로가 이리스 선배의 말을 듣고 시나리오의 수수께끼를 풀어냄으로써 자기 자신의 능력을 자각하고 인정하려는 차에 트리플 콤보를 먹는 모습이 어쩐지 안습…;; 호타로 홀로 만족스러운 답을 냈다고 뿌듯해하고 있는데, 사각에서 공격해 오는 세 갈래의 모순. 다른 관점에서 다른 모순을 찾아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네요. 여러모로 충격먹은 호타로는 불쌍하지만…
이번 권 제목에 나오는 ‘광대(愚者)’는 중의적 의미를 담은 단어인 듯하네요. 타로 카드의 광대를 뜻하는 동시에 흑막의 장단에 놀아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고… 또한 에루는 타로 카드의 광대에 해당하고, 에루와 어딘가 닮은 대본작가 혼고 선배도 다른 의미로 그 단어에 해당하겠죠. 광대 카드에 해당하는 에루의 진실 고백으로 마지막 마무리 짓는 것도 아마 의도적…?
그나저나 이번에도 호타로의 누나 토모에는 또 호타로에게 고난을 던져주고서 저 멀리서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군요. 호타로와 이리스의 행동은 다들 토모에 손바닥 안인 것 같은 느낌… 어째 호타로 주변의 여자들은 다들 만만치 않습니다. 호타로는 여난을 타고났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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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미를 두지 않는 이가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죠. 이러한 이야기는 『광대의 엔드롤』에서 나왔던 이리스 선배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듯하네요. 결국 범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