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으로 진급한 호타로가 몸담은 고전부에 신입생 오히나타 토모코가 가입부합니다. 밝은 성격에 붙임성이 좋아 금세 고전부 선배들을 잘 따르게 된 오히나타는 허물없이 잘 어울려 다들 이대로 고전부에 정식 입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히나타는 갑자기 고전부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가버립니다. 아무래도 정황상 오히나타가 마음이 바뀐 이유는 에루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입부 마감일 날 개최되는 학교 행사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호타로는 달리면서 그간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는데…
2학년이 된 호타로와 친구들이 펼치는 씁쓸한 청춘 일상 미스터리 고전부 시리즈 제5권입니다. 제목은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와 감정적 거리를 잘 함축한 것 같네요. 참고로 ‘개산(概算)’입니다. ‘계산(計算)’ 아님. 1~4권 표지는 기간 한정 띠지가 붙는데, 이번 5권은 리버시블 표지네요. 책 표지 안쪽에 애니판 일러스트 표지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때는 5월, 카미야마 고등학교 연례 행사인 마라톤 대회 호시가야배에 참가하게 된 호타로. 전교생 강제 참가라 빼도 박도 못하고 20km를 뛰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때마침 바로 전 날 가입부 했던 후배 오히나타가 갑자기 들어오지 않겠다고 말하며 가버렸고,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이는 아마 에루 때문일 듯합니다. 사실 오히나타가 고전부에 들어 오든 말든 큰 상관 없지만, 의기소침해진 에루를 위해 진상을 파헤치려는 호타로. 마라톤 구간을 홀로 뛰며 과거를 회상하고 다른 고전부원과 거리를 재며 합류해 증언을 들으며 사건을 정리하고 진상을 따라갑니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정황만 보면 에루가 오히나타를 압박해서 몰아낸 것 같은 상황이고, 본래 호타로라면 큰 구애없이 그쪽으로 추리의 가닥을 잡을 텐데… 일 년간 에루와 함께 하면서 쌓인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에루에게는 전혀 악의가 없다는 걸 전제로 추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과거 회상 때 나오는 마네키네코 사건도 딱 잘라 말할 수 없지만 서로 미묘하게 의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마라톤 때도 호타로가 에루를 바로 앞에 두고 차마 거리를 좁히지 못한 채 머뭇거리며 뒤를 따라가는 등… 『멀리 돌아가는 히나 인형』처럼 대놓고 핑크빛 뿜지는 않지만, 이런 식으로 은근히 드러나는 두 사람의 관계도 싫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사토시와 마야카의 변화도 눈에 띄네요. 사토시가 드디어 내면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마야카와 제대로 마주한 모양. 마야카는 만화연구부 내부의 알력에 지쳐 관둬버린 모양인데… 인간관계 쉽지 않네요. 주변 분위기에 떠밀려 홀로 다수파와 실랑이 벌이기란 골치 아픈 일이었겠죠. 어쨌든 사토시도 결론을 내렸으니 언젠가 호타로 차례가 올 텐데 과연 어찌 될는지…?
이걸로 문고화된 고전부 시리즈는 다 읽었습니다. 다음 권은 과연 언제 나올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