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금 남성향 게임 브랜드 시즈웨어에서 나온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EVE 시리즈 첫 번째 작품으로 PC-98용으로 처음 발매된 이후 여러 기종으로 이식된 인기작이지요. 아마도 여러 버전 중 가장 평이 좋은 작품은 세가 새턴판인 모양입니다. 그 이후에 나온 PS2판은 캐릭터 디자인과 그래픽이 바뀌었는데 이전보다 못한가 보더라고요. PS2판은 한글화되어 정식 발매되기도 했습니다. 가장 최근 이식작은 15주년 기념으로 리메이크된 PSP판 『burst error – EVE the 1st』인데… 게임 일러스트가 이게 뭥미 싶네요. 게임하고 전혀 안 어울리거니와 하나도 예쁘지도 않아…;; 21세기에 먹히는 감성이란 이런 거야?! 일러스트만 봐도 할 맘이 뚝 떨어지는구만…;;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두 주인공 코지로와 마리나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진행하는 멀티 사이트 시스템이겠죠. 각각 다른 사건을 추적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진상을 파고들수록 서로 맞물리게 되는데, 플레이어는 양 시점을 통해 이야기의 공백을 채우게 되지요. 처음에 코지로와 마리나는 전혀 모르는 사이이지만 이런저런 일을 겪고 여러 인물과 접하면서 공통의 접점이 생기고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협력하게 됩니다. 코지로와 마리나는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며 여러 가지 의문에 부딪히게 됩니다만, 두 사람의 행동이나 행적이 서로의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특히 후반부의 해킹 장면이 인상적이었네요. 야요이처럼 처음부터 두 사람이 아는 지인은 물론이고 서로 몰랐던 인물과 교류하며 관계가 얽히고설키는 모양새도 볼거리네요.
PS2판은 기존 캐릭터 디자인이나 그래픽을 싹 갈고 일신했다는데… 리메이크 하기 전 작품들을 접한 적 없어서 제대로 비교는 못 하겠지만 PS2판도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얼핏 본 오리지널판이나 새턴판 아카네 캐릭터 디자인이 참 예쁘긴 하던데, 그런 예쁜 처자 앞에 두고 똥파리네 뭐네 하면 그것도 그것대로 좀 이상할 것 같기도 하고…;; 스탠딩 CG는 C-Motion이라고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임을 집어넣었더군요. 패턴은 적지만요. 시스템은 그럭저럭 무난한 편이긴 한데 오토 모드가 없어서 좀 불편하더군요. 그리고 패드 버튼 배치도 그다지 안 좋은 듯해요.
이야기는 여러 가지 의문이 뒤엉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의외의 진실이 드러나면서 끝을 맺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귀가 살짝 안 맞는 부분이나 의미 불명인 떡밥도 좀 섞여 있었던 것 같지만요. 특히 아쿠아가 남긴 다잉 메시지는 대체 뭘 말하고 싶었던 건지 원. 코지로는 ‘d’라고 봤지만 사실 ‘P’라고 쓴 거라 프리시아를 범인으로 지목한 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진상은 그게 아니고 말이죠. 그냥 플레이어의 혼란을 노리고 넣은 연출인가 싶기도 한데 결국 별 의미 없는 건가요? 그 외에도 막판 반전을 노린 건지 프리시아에게 의혹을 덧씌우려는 연출도 제법 많았고요.
어쨌거나 재미있게 몰입해서 플레이했습니다. 게임상 사건이 벌어진 기간은 고작 며칠 사이인데 워낙 파란만장해서 그리 짧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인데다 각 시점에서 몰랐던 이야기가 다른 시점에서 풀리면서 이야기가 교차하는 구성도 흥미진진했어요. 코지로와 마리나의 입담과 개그도 재미있었고… PS2 정발판은 한글화도 잘 되어 있는 편이라 어드벤처 게임에 관심 있는 분이시라면 추천합니다. 이미 하실만한 분은 다 하셨으려나요? 그나저나 이 작품은 호평 일색이지만 EVE 시리즈 후속작들은 평이 안 좋은 편이라 플레이할지 말지 조금 고민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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