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친구와 함께 메가박스에서 『너의 이름을』을 보고 왔습니다. 원래 1월 4일에 개봉한다고 들었지만, 오늘내일 선행 유료 시사회를 연다고 하더라고요. 메가박스에서만 개봉하는 줄 알았지만, CGV나 롯데시네마에서도 상영하더군요. 극장별로 친필 사인 한정 포스터를 줬습니다. 저도 받아오긴 했지만 아직 안 펼쳐봤네요.

서로의 몸이 뒤바뀌는 신기한 꿈을 꾸게 되는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와 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 두 사람은 반복되는 꿈과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비정기적으로 몸이 바뀌어 서로 엎치락뒤치락 상대방 역할을 하며 일기를 통해 교류하던 중, 어느 날을 경계로 더 이상 몸이 바뀌지 않게 되자 타키는 미츠하를 찾아 나서는데…

영상미 좋고, 연출 좋고, 음악 좋고, 진행도 빠르고, 결말도 마음에 들어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첫 장면이 스토리상 그렇게 이어지는 내용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다만 노골적인 성적 대상화가 나오는 구간이 있어서 좀 불편했네요. 이 작품을  관람하기 전에 감독의 꺼림칙한 페티시 성향을 드러내는 껄끄러운 인터뷰 글을 봐서 그런지 더 찜찜하기도 했고…;; 아침에 깨서 매번 가슴 만지는 부분이나 술에 관련된 부분을 보면서 참 꽁기꽁기한 마음이었습니다. 이런 요소를 좀 자제했다면 더 마음 편히 볼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쉽네요.

스스로 창작물에 대한 기준은 관대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만(현실과 제대로 선을 긋고 분별있게 받아들인다는 전제하에서), 왜 유독 이 작품에서 그 부분이 거슬리나 고민해봤는데 역시 이 애니가 폭넓은 계층을 아우르는 대중적인 작품이기 때문인 듯. 특정 계층을 겨냥한 작품이었다면 다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더라도 그걸 감안해서 어지간하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거 같네요.

검색하다가 수동적인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게 구원받는 구시대적인 구도가 불만이라는 감상도 봤는데요. 미츠하가 타키를 만나려고 과감하게 도쿄에 상경한 뒤 자신을 몰라보는 타키에게 헤어질 때 이름을 말하며 건네준 머리끈이 두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가 되었다는 점이나, 마지막에 결국 아버지를 설득해낸 게 미츠하였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작품상 성별에 대한 고정 관념이 어느 정도 깔린 건 사실인데(‘여자력’이란 단어는 역시 별로라고 생각함…), 그렇다고 여주인공이 그저 일방적으로 구원받는 수동적인 인물이냐 하면 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네요.

어쨌거나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 만족스러웠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불편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인데…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각자 보고 판단하시길.

라인-블루도트1

p.s. 미야미즈가에서 엄마 이름이 후타바(二葉)고, 두 딸 이름이 미츠하(三葉)와 요츠하(四葉)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의 이름은 히토하(一葉)였네… 삼대에 걸쳐 1, 2, 3, 4. 다음 대 애가 태어나면 과연 이에 이어서 5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