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강림담 -들어라, 내가 부르는 소리-

이 이야기 속에서 펼쳐지는 세계는 여신 리아라의 가호 아래, 정령과 환수가 살아 숨쉬는 곳. 이곳에서는 여자아이의 출생률이 극히 낮습니다만, 여자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여신 리아라의 가호를 받아 정령들에 의해 철저히 보호됩니다. 그리고 여자아이가 첫 달거리를 하게 되면 정령의 수호를 잃게되는 대신 자신을 수호해 줄 환수와 계약을 맺고 한사람의 성인으로 인정받게 되지요. 리스탈국의 변경 엘란 마을에 사는 14세의 소녀 아리아는 그동안 자신과 늘 함께 해주었던 정령을 잃게된 데에 대한 불안과 새로 맞이하게 될 환수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계약의 의식에 임하게 되지만…

모토미야 코토하가 쓴 『환수강림담』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 시리즈는 현재 7권까지 발매된 듯하네요. 드라마 시디도 발매된 모양이지만 들어본 적 없으니 소설과 비교해서 어떤지 알 수 없음.

앞서 언급했듯이 이 이야기 속의 세계에서는 여성은 무척이나 귀한 존재. 여성은 그 수가 적기도 하거니와 여신의 가호를 받아 정령이나 환수를 부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지위는 제법 높은 편입니다. 여자아이라면 누구나 정령의 보호를 받고 때가 되면 환수를 사역해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지요. 다만 극히 드물게 계약의 의식에 실패해 환수와 계약을 맺지 못한 채 정령조차 부릴 수 없게되는 여성도 존재합니다. 이들은 ‘부정탄 여자(忌み女)’라 불리며 여신에게 외면당할 정도로 더러운 존재라 여겨져 박해받게 되지요. 그저 박해받는 정도로 끝나면 다행인데… 이곳은 여자의 수가 극히 적습니다. 자기 자신을 지킬 힘이 없는 여성은 실로 위험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는거죠. 되먹지 못한 불순한 마음을 가진 놈팡이한테 걸리기라도 하면 앞날이 깜깜…;;

‘부정탄 여자’란 이름을 얻는 순간 그야말로 평범한 일상과는 이별할 수 밖에 없는 운명. 계약의 의식의 실패로 인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아리아는 자신의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자신을 지켜줄 성종자들과 함께 수도로 향하게 됩니다. 속세를 버리고 엄격하지만 평온한 무녀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화려하지만 허식으로 가득찬 성녀(…라고 하면 그럴 듯 해보이지만 사실 교회에서 공인하는 창기를 이르는 말;;)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확실히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수도로 향하는 아리아에게는 그녀 스스로는 모르는 제3의 선택지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여주인공인 아리아는 소심하지만 사려깊고 심지가 굳은 성격이라 그녀의 심리와 성장이 꽤 볼만해요. 갑자기 인생이 뒤바뀌어 온갖 험한 꼴을 당하게 되는 아리아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녀가 부정탄 여자로 낙인이 찍혔어도 그녀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 스스로 움츠러들던 아리아가 꿋꿋이 자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겠지요.

아리아와 함께 여행하는 성종자-소꿉친구 라일과 딕스, 수수께끼의 대장장이 쿠르사드- 외에도 아란담 기사단의 기사 셰난과 유리스토르 등 이런저런 남성캐릭터가 등장하는데… 현재로서는 아리아에게 오롯이 온마음을 쏟는 일편단심 외사랑 딕스를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뭐, 캐릭터가 그리 취향인건 아닌데, 그 마음이 가상하달까… 무슨 일이 있어도 모든 걸 제쳐두고 아리아와 함께하는 길을 선택하는 건 이녀석 밖에 없을 것 같고 말이에요. 근데 얘가 좀 서투른데다 소심해서, 앞으로 발전할 기미가 별로 안보인다는 게 문제.

그나저나 돌아가신 아리아의 어머니의 과거에는 뭔가 커다란 비밀을 감춰져 있는 듯 하고, 쿠르사드의 정체 역시 뭔가 범상치 않은 모양인데… (사실 쿠르사드는 얼굴만 봐도 평탄치 못한 삶을 살아 왔을 것 같긴 합니다. 그 얼굴에 21세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여러가지 알 수 없는점을 남긴채 이야기는 다음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