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다밀리아 시리즈

바르비잔데의 보관 -왕의 별을 대관하라-
미제리콜드의 성장 -영원은 나의 왕을 위해-
에바리오트의 검 -나의 왕에게 고한다-

 

타카도노 마도카의 데뷔작인 2권 완결작『마그다밀리아 -세 개의 별-』(1권의 부제는 새벽의 왕의 장, 2권의 부제는 재상의 지팡이의 장)의 개정판이 바로『바르비잔데의 보관 -왕의 별을 대관하라-』와 『미제리콜드의 성장 -영원은 나의 왕을 위해』. 그리고 그 후일담을 담은 외전이 『에바리오트의 검 -나의 왕에게 고한다-』입니다. 세 권 제목은 정령이 깃든 파르메니아의 3대 보물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만… 정작 소설 속에서 제대로 등장하는 건 에바리오트 아가씨 뿐.

본편인 『바르비잔데의 보관 -왕의 별을 대관하라-』와 『미제리콜드의 성장 -영원은 나의 왕을 위해-』는 『왕자와 거지』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주인공인 알폰스와 그와 쏙 빼닮은 소년 키스의 자리가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파르메니아의 소년왕 알폰스는 국정에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귀족들에게 휘둘리는 허수아비왕. 잠재된 능력과 자질은 뛰어난 알폰스이지만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자신의 비밀, 바로 자신이 성별없는 무성체 헤스페리안이라는 사실 때문에 커다란 압박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릴 적 갑작스레 국왕 부처가 사망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왕위를 물려받긴 했지만, 자손을 남길 수 없는 헤스페리안인 자신에게 왕의 자리는 가당치도 않다는 생각을 품고 있지요. 알폰스는 언제나 시시콜콜 잔소리를 늘어놓는 시종장 마우리시오의 눈을 피해 자신과 쏙 빼닮은 소년 키스를 대역으로 내세우고 거리를 누비는 것이 낙. 여느 때와 같이 키스와 교대한 뒤 즐거운 한 때를 보낸 알폰스였으나, 믿었던 키스에게 배신을 당하고 반귀족파 레지스탕스에 투신하게 되는데…

본편은 왕의 재목으로 거듭나는 알폰스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알폰스와 마우리시오는 주종커플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이 커플보다는 재스터와 콘스탄시아 커플이 인상 깊었습니다. 연인에게 외면당해 여성에 대해 환멸을 느꼈다는 주제에 여성을 이용해 출세하고, 자신을 사랑한 여성들이 자기를 배신할 리가 없다고 굳게 믿는 재스터의 모습이 왠지 아이러니했어요. 더군다나 연인을 빼앗았다는 이유로 그녀가 키운 아이들을 미워하고, 연인에게 가장 사랑받고 싶다는 이유로 그녀의 자식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하는 건 좀…;;

후일담인 『에바리오트의 검 -나의 왕에게 고한다-』는 본편에서 알폰스의 왕비 후보로 종종 언급되었던 파랴 공작가의 막내 따님 안나마리아가 주인공입니다. 가장 유력한 왕비 후보로 이제나저제나 사모하는 알폰스 폐하와 함께할 날만을 학수고대하던 로맨티시스트 안나마리아는 청천병력과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알폰스 폐하가 자신 말고 다른 상대를 선택했다는 것. 그것도 상대는 남자! 사모하는 알폰스님을 현혹한 놈팡이는 절대 용서 못 한다는 마음가짐 아래, 알폰스를 되찾기 위해 인연을 끊는다는 검 에바리오트를 찾아 싱글레오 기사단으로 잠입한 안나마리아. 그녀는 에바리오트의 주인이자 혁명 영웅인 키스와 싱글레오 기사단장인 빅터 등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고, 국왕을 시해하려는 음모에 연루되어 왕도로 향하게 되는데…

후일담의 주인공인 안나마리아 양은 상당히 유쾌한 성격이라 읽는 동안 상당히 즐거웠어요. 본편에서 땅을 파대는 알폰스와 키스에 비해 하는 행동이 시원시원해서 그런지 본편보다 술술 잘 읽히더군요. 이야기 자체도 짧은 편이고요. 그나저나 본편에서 그렇게 확실히 마음을 표현해 놓고 이제와서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마우리시오의 모습이 좀 이해가 안 되네요. 알폰스가 여자가 되었다는 걸 알고 헤벌쭉 해놓고… 그 어정쩡한 행동 탓에 주변으로부터 온갖 박한 평가를 듣게 됩니다만. 지지부진한 알폰스와 마우리시오 커플을 맺어주려고 힘쓰는 안나마리아의 활약도 좋았습니다. 어쨌거나 안나마리아 양은 바보주종커플 뒤치다꺼리 열심히 하며 그녀의 포니(^^)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겠죠. 키스는 평생 제멋대로 공주님 에바에게 코꿰어 살 것 같고…

소설 내내 원정왕 시리즈와 관련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군요. 나중에 원정왕 시리즈도 한 번 읽어봐야 하나 생각중…이긴 한데 원정왕 시리즈는 일러스트가 그리 취향이 아니라서… 1권에 수록된 단편 외전에 언급된 ‘폐원왕녀 메릴로즈’에 관련된 이야기는 루루루 문고에서 발매되는 『프린세스 하츠』에서 다뤄지는 듯합니다만 이쪽도 일러스트가 그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