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스 시리즈와 쌍벽을 이루는 앨리스 소프트의 대작 타이틀, 투신도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 전작이 워낙 쟁쟁한 작품인데다 14년 만의 후속작 발매라 엄청난 기대를 모았지요. 기대치가 높았던 탓인지 발매 후 실망하는 이들이 꽤 많은 모양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재미있게 플레이했어요. 주변에서 뭐라 하든 충분히 양작 수준은 되는 작품입니다.
인카운트율 때문에 불평이 많은 듯하지만, 그다지 참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닌 것 같은데요. 가끔 흐름이 끊겨서 짜증날 때도 있었지만(대화하려는 직전에 적이 나타난다든가…), 던젼 맵 자체도 작은 편이니 이 정도면 그냥저냥 넘어갈 수준인 듯.
전투 부분에서도 꽤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반자동 전투 시스템이 편해서 좋았습니다. 적당히 내버려 두다가 타이밍 맞춰서 스킬 발동시켜 주고 적당히 아이템 쓰면 되는 게 꽤 편해서… 적의 필살 공격이나 도주를 타이밍 좋게 막는 게 나름 스릴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아기자기한 2D 그래픽을 좋아하지만, 던젼이나 몬스터 3D도 익숙해지니 괜찮더군요. 다만, 여자 몬스터가 하나도 안예뻐…;; 그 이전에 여자 몬스터는 그리 자주 등장하지는 않습니다만. 토너먼트나 중요 캐릭터와의 대결 때 상대가 일러스트로 표현되는 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3D로 나왔으면 좀 많이 썰렁했을 듯.
3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히로인이자 소꿉친구 하즈미의 특기를 활용한 부여 시스템. 나크토의 검이 가진 부여슬롯에 부여소재를 붙여줌으로써 파워업이 가능합니다. 이 게임은 긴 말할 것 없이 “부여가 깡패”입니다. 레벨보다 부여가 능력치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해도 다름없을 듯. 처음에는 부여슬롯이 한정되어 있다는 말에 쫄아서 함부로 부여소재 쓰는 것을 주저했는데 나중에 부여 슬롯이 팍팍 늘어나니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투신대회 종료 후가 진정한 시작이라는 점에서는 전작과 마찬가지. 투신대회 패배 후 펼쳐지는 중간데모의 연출이 좋았어요. 그리고 2부로 넘어오면서 아자미의 비중이 히로인급으로 상승하는 것에 좀 놀랐습니다. 투신대회 1년째에 등장했던 몇몇 서브캐릭터들이 안 나오는 건 조금 안타까웠지만, 보더와 레이첼 커플, 겐이치로의 재등장은 반가웠어요. 그나저나 안습의 보더 아저씨. 준우승의 굴레에서 못벗어나는 보더 아저씨 어쩐대요. 보더 아저씨야 순수하게 강자와 싸우는 걸 즐기는 타입이니, 그리 좌절하지 않…으려나? 솔직히 투신이 안되는 게 속 편하긴 합니다만.
후반부에 뒤통수 때려줄 거라 생각했던 리무가 의외로 허망하게 가버리고, 군주급 고위악마라던 피오리도 맥없이 저 세상 가버려서 좀 맥빠졌습니다. 카츠웰과 마찬가지로 좋은 형님 포지션일 줄 알았던 볼트(크랭크 의문사 때 좀 구린 냄새를 풍기긴 했지만)는 자기 흥미 위주로 살아가는 싸움광이라 꽤나 변덕쟁이. 기본적으로 적대관계지만, 잠시 나크토와 손을 잡는 경우도 있고…
이 게임이 주는 교훈을 한 문장으로 축약해 보면 ‘남자 하나 잘못 만나면 여자 인생 망한다!’…랄까요. 이상한 남자 만나면 2대가 고생합니다. 거기에 휘말려 그 남자의 동생도 고생하고, 조카도 고생하고, 그 이웃도 고생하고, 민폐는 세계존망급으로 확대…;;
그래도 그 남자, 털끝만한 양심은 남아있는지 자기 혈육이 아주 험한 꼴을 당하도록 방치하진 않았군요. 레메디아야 렌리의 간곡한 청이 있었을 테지만, 하즈미가 자기 조카라는 건 본인밖에 몰랐을 텐데. 그저 조카라는 사실보다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아마도) 유일한 자에게 품고 있는 흥미 비슷한 감정때문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나크토와 하즈미, 레메디아의 이야기는 깔끔하게 마무리 되어 좋았지만(엔딩에서의 연출도 마음에 들었고…), 서브 캐릭터들의 후일담이 없다는 건 상당히 아쉽습니다. 엔딩에서 서브 캐릭터들의 기존 CG를 박아넣지 말고 간략하게 그들의 뒷 이야기를 보여주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나저나 나크토, 설마 나중에 레메디아에게 엄한 마음 품는 건 아니겠지!? 하즈미와 정식으로 연인이 되었으니 한 눈 팔지 말길 간절히 빕니다. 레메디아와는 가족같은 관계를 유지해 주길 바라고 있어요. 나중에 상황타령하며 이상한 짓하면 넌 정말 구제할 길이 없다…
전작에 비해서 이래저래 주인공이 취하는 행동이나 선택의 폭이 좁다는게 아쉽네요. 그리고 주인공 나크토의 성격이 좀 비호감. 좋은 사람 포지션을 유지하려고 발악하면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자기 정당화를 하며 이런 일, 저런 일 벌이는 걸 보면 웬지 한숨이 나오네요. 히로인들이 이런 녀석 어디가 좋다고 다들 넘어가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PS. 크리쨩 & 키리사키군 커플 최고! 크리쨩에게 온갖 독설을 퍼붓지만 결국 크리쨩에게 휘둘리고 마는 키리사키군의 모습이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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