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짝사랑하던 남자애와 가장 친한 친구가 맺어져서 허무하게 실연당한 중3 여학생 우에다 히로미. 15세 생일날, 그 두 사람이 첫 데이트를 나가 사온 도날드 덕 인형을 선물 받고 서러운 마음에 울다 지쳐 잠든 히로미가 눈을 뜬 곳은 티그리스 하구. 히로미를 진이라고 칭하며 자신이 히로미의 주인이라 주장하는, 키가 크고 까무잡잡한 외모에 터번을 쓴 낯선 청년 하룬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 히로미는 왕가의 음모와 관련한 소동에 휘말리게 되는데…
난데없이 아라비안 나이트 세계에 떨어져 진(마신족)이 되어버린 주인공 히로미의 일인칭 시점 성장물입니다. 작가는 국내에서도 정발된 『서쪽의 착한 마녀』를 쓴 오기와라 노리코.
표지가 예뻐서 신서판 사이즈로 발매된 신장판을 산 건 좋았는데… 표지랑 권두 컬러만 있을 뿐 속에 흑백 삽화가 없네요….OTL 제가 접했던 C★NOVELS 판타지아 레이블의 다른 책들엔 흑백 삽화가 있으니 이것도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어쩐지 좀 속은 느낌. 그래도 컬러 일러스트가 예쁘니까… (웅얼웅얼)
일반적인 여중생 이계 진입물이라면, 이세계에 떨어져 그곳에서 만난 남정네와 러브 로맨스가 펼쳐져도 크게 이상할 건 없겠으나… 남주인공인줄만 알았던 하룬은 전체적으로 비중도 조연급이고, 히로미가 마음을 줘도 뒤도 안 돌아보고 자신의 꿈을 향해 돌진해버리는 매정한 녀석이네요. 정작 로맨스를 펼치는 건 히로미가 아니라 주변 인물들입니다. 주인공인 히로미는 혼자 끙끙 앓는 짝사랑만 해대고, 다른 커플 다리나 놔주는 등… 그다지 실속 없는 입장이네요.
히로미가 전에 짝사랑하던 클래스메이트 미야기도 그렇고, 새롭게 짝사랑하게 된 하룬도 그렇고… 히로미는 자기의사 확고하고 뚜렷한 목표를 가진 사람에게 약한 듯싶은데, 그런 성격의 인물들이라 히로미에게 그다지 눈길을 안 준다는 건 어쩐지 아이러니.
과연 훗날 ‘밖’에서 히로미가 하룬과 재회를 이룰 수 있을런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지 않고 그저 여지만을 남겨두고 끝나긴 하는데… 아무래도 히로미가 소녀 시절에 겪은 어렴풋한 추억으로만 남을 것만 같은 분위기네요. 히로미의 고2 시절을 다룬 뒷 이야기 『나무 위의 요람』은 이 이야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하니 더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하긴, 하룬 쪽은 히로미를 눈꼽만큼도 이성으로 여기지 않은 듯하니 다시 만나더라도 상쾌한 표정으로 히로미에게 이별을 고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음…;;
청춘 어드벤처가 들어보고 싶은데 못 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