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삼지연의 ~언월삼국전~

때는 후한말. 4백 년의 역사를 이어온 한제국은 간신들의 횡포로 크게 피폐해진다. 그 무렵, 황색 두건을 쓴 황건적이라는 집단이 봉기해 반란을 일으키고 그 기세는 점점 커져 한제국을 위협한다. 한편, 유주에 있는 산골짜기에서 사람들 눈을 피해 살던 마오족은 황건적의 잔당을 쫓던 조조군에게 발견되어 본의 아니게 혼란스러운 시대의 흐름에 휘말리는데…

 

오토메이트와 레드 엔테테인먼트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입니다. 얼핏 봐도 한눈에 삼국지를 모티프로 삼은 작품인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럭저럭 인기를 끌었는지 애니화 소식도 들리고 후속작 발매도 그리 머지않았네요. 어쨌거나 작화가 좋아서 잡아 보았더랬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성별 전환된 관우. 유비, 관우, 장비와 측근들은 고양이 귀 달린 이종족. 관우네 종족인 마오족은 오래전 온 대륙을 날뛰며 사람들을 위협하던 요괴 고양이 금안의 후손이라고 여겨져 십삼지라 불리며 사람들에게 박해와 멸시를 받습니다. 그 때문에 몰래 숨어 살았습니다만… 그 평화도 조조군의 등장과 함께 막을 내립니다. 이야기 진행상 조용히 평화롭게 숨어서 살고 싶어하는 마오족이 억지로 끌려나와 울며 겨자 먹기로 싸우는 경우가 많아서 좀 답답합니다.

CG랑 설정만 보고 고양이 귀가 달린 마오족을 보고 고양이 귀 모에를 노렸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긴 한데… 게임 진행상 그다지 모에 요소로 부각되는 일은 없네요.

메인 공략 캐릭터는 유비, 장비, 조운, 조조, 하후돈, 장료 등 6명이고, 도원 시스템에서 덤으로 엔딩볼 수 있는 서브 캐릭터는 하후연, 마초, 원소. 서브 캐릭터는 그야말로 짤막한 이프 스토리라서 기대를 품지 않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루트별로 이야기 진행에 따라 마오족과 금안 사이 숨겨진 진실이라든가, 혈통의 비밀이라든가, 얀데레남의 집요한 집착과 광기라든가(…), 마초남의 옹졸한 편견과 열폭이라든가(…), 브라콤의 추잡한 질투와 견제라든가(…) 이런저런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약간 삐딱해 보이지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스토리는 대체로 무난. 루트에 따라 들쭉날쭉한 경우도 좀 있는데, 대체로 작품 내에서 묘사되는 무장의 무용은 대강 여포 >조조 ≥ 관우 > 화웅 > 하후돈·하후연·장비 정도인 듯.

기본 시스템은 일반적인 선택지를 기본으로 하는데,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보며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도원 시스템이나 전투 파트에서 관우의 선택에 따라 진행이 조금 바뀌는 개입 시스템, 타이밍을 맞춰 적을 치는 협공 시스템 정도가 조금 독특하다고 해야 하려나요.

근데 솔직히 개입 시스템은 대사 몇 마디랑 호감도 수치가 차이 날 뿐 흐름 자체에는 별 영향을 안 주는 것 같고, 타이밍은 별로 나오지도 않는데 왜 넣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작화도 좋고 시스템이 쾌적하고 인터페이스도 깔끔해서 외적인 요소는 합격점. 다만, 오프닝 엔딩 동영상 재생은 있는데, 이벤트 회상이 없다는 점이 의외라면 의외랄까… 기본 설정 이름은 관우로 플레이하면 음성으로 이름이 나오니 좋습니다. 다른 여성향 게임도 주인공 음성까지는 안 넣어주더라도 웬만하면 디폴트 네임 정도는 음성 넣어주면 좋겠어요, 정말…

배경으로 삼은 시기상 이번 작품에서는 삼국지의 아이돌(…) 제갈량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뒷이야기를 다룬 후속작에서는 등장한다고 하니 기대해 봐도 좋으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