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삼지연의 ~언월삼국전~ 2

관도에서 벌어진 싸움으로부터 반년 후. 조조는 하북 전역을 지배하는 압도적인 세력으로 뛰어올랐고, 마오족은 조조가 다스리는 나라 허도의 산속에서 예전처럼 조용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조조가 자리를 비운 사이 허도 사람들이 마오족을 소탕하기 위해 폭동을 일으키고 부당한 폭력을 받으면서도 일반인을 상대로 싸울 수 없었던 마오족은 마을에서 쫓겨나 도망치게 되는데… 난세의 시대, 마오족과 인간의 운명이 다시 돌기 시작한다.

 

오토메이트와 레드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여성향 게임 『십삼지연의 ~언월삼국전~』의 후속작입니다. 몇 번 발매 연기를 한 뒤 지난 4월에 나왔네요. 전작 유비 루트를 베이스로 유비와는 연애 노선 타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 그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유비, 장비, 조운, 조조, 하후돈, 장료 등 기존 공략 캐릭터 여섯 명에 신 캐릭터 제갈량, 주유까지 둘 더해서 총8명을 공략할 수 있습니다. 일부 캐릭터는 공략 제한이 걸려있는 모양입니다. 전작에 비하자면 이야기의 깊이는 얕아지고 당도나 수위가 상당히 올라갔네요. 사고방식이 좀 극단적인 새 등장인물도 추가 되어서 폭력성도 제법 올라간 것 같은 느낌. 이번엔 공통 루트가 상당히 짧아요. 3장 중반 또는 4장부터 개별 루트로 들어갑니다. 루트가 갈려도 서로 내용이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각각 다른 지문으로 취급되는지 기독 스킵이 안 되서 좀 답답하더군요.

전작에서는 늘 마지못해 전쟁터에 나서며 이용당하던 마오족을 보며 뒷골이 당겼는데… 이번에도 처음에는 타의에 의해 살던 마을에서 쫓기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이번에는 유비가 마오족의 우두머리로서 평온한 삶을 위해 나라를 세우기로 결심하면서 그저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마오족 성향이 성향이니 만큼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물러요. 마오족 최고의 독설가인 소쌍마저도 기본적으로는 인정많고 무른 성격이라… 제갈량이 이 모습 보고 한숨 내쉴 때 플레이어도 절로 한숨이 나오고…;;

주유 루트부터 시작했는데 공통루트 막바지에 관우 혼혈 사실이 조조에게 드러나서 다른 루트도 기본적으로 조조에게 관우 혼혈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전제로 깔리나보다 했는데 루트에 따라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네요. 몰랐을 때도 자기 수하로 삼으려고 손에 넣으려드는데, 사실을 알고 나서는 눈이 뒤집혀 본인 스스로도 주체를 못함. 하긴 다른 캐릭터는 몰라도 하후돈 루트는 조조가 그 사실을 알면 연애 관계가 성립하기 어렵긴 하겠지만… 사실 하후돈이 충성과 애정 사이에서 패닉에 빠지는 상황도 흥미진진할 거 같긴 한데, 이번 편에서도 하후돈의 관우에 대한 악감정이 높아서 서로 관계 개선하기 바쁘니… 그런 갈등까지 넣기는 어려울 것 같긴 합니다만.

루트에 따라서 편차가 있어서인지 제가 특정 캐릭터에 흥미가 없었던 탓인지 몇몇 루트는 참 지루하게 플레이했네요. 일부 메인 공략 캐릭터보다 새로 등장한 서브 캐릭터가 더 흥미 돋는 미묘한 느낌도 들었고요. 그나저나 조운은 참 좋은 사람인데 전작에서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자기 루트에서 힘들게 구르고 또 구르더니 배드 엔딩도 참 한결같네요. 불행 체질인가…;;

전편보다 시스템이 조금 개선되었네요. 전편에서 도원 시스템은 본편 이야기 진행 중에 특정 시점과 장소에서만 처음 열어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메뉴에서 간단히 볼 수 있어서 편합니다. 이번에는 루트 확정이 빨리 나서인지 여행 모드에서 말 거는 게 매우 적어진 듯하고… 있으니 마나 싶었던 타이밍 모드 비중이 조금 늘어난 듯한 느낌이 듭니다. 개입 시스템은 전편에서는 단순히 호감도 증가 여부만 차이가 났을 뿐인데, 이번에는 선택에 따라서 배드 엔딩으로 직행하기도 하네요. 2회차부터 처음부터 플레이하면 개별 루트를 곧장 선택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