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 어드벤처 게임으로 이름이 자자한 『EVE bursr error』의 최신 리메이크판입니다. 18금판으로 처음 나온 PC판 -> 가장 호평이 자자했던 새턴판 -> 기존 작화를 싹 갈아치운 PS2판 -> PS2판을 역이식한 PC판 -> 여러모로 퇴보되었다고 해서 말이 많았던 PSP판 -> 새턴판을 베이스로 리메이크한 PS VITA판 및 PC판에 이르기까지 여러 플랫폼으로 나온 작품입니다. 전 기존작 중에서는 한글 정발 되었던 PS2판 『EVE burst error PLUS』만 플레이해봤었네요.
진행 방식은 커맨드 선택이라는 기존 것을 고스란히 가져와서 진부하긴 한데, 인터페이스가 무척 깔끔해지고 시스템이 굉장히 편리해졌습니다. PS2판에는 없었던 오토 기능이 들어가서 만족. 그리고 힌트 기능이 있어서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지 뜨기 때문에 술술 쉽게 넘어갈 수 있네요. 12월 5일 코지로 사이드 힌트는 엉뚱한 곳이 떠서 문제가 있는 거 같지만서도… 화면 터치로 전반적인 게임 조작이 다 먹히는 점도 또한 상당히 편리해요.
게임 진행 중 해킹 시 비밀번호 입력이나 마지막 진범 추리는 PS2판에서는 생략된 내용인데, 오리지널판 및 새턴판에서는 들어간 내용이고 비타판에서는 이를 그대로 살렸다는 모양이네요. PS2판에 있었던 동영상은 당연히 안 들어갔고요.
시나리오는 딱히 추가된 내용 없이 그대로인데 예전에 플레이했던 PS2판이랑 작화가 다르기도 해서 새로운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원작 및 새턴판을 베이스로한 비타판이 PS2판보다 캐릭터 디자인이 예쁘고 좋은데, 몇몇 이벤트 일러스트는 PS2판의 구도가 더 나아 보이기도 하네요. 기존 일러스트 외에도 이번 작품에 새로 추가된 일러스트가 좀 있는 것 같지만,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화 변화 때문인지 좀 이질감이 느껴져요.
그나저나 다시 플레이해봐도 여전히 프리시아 의혹 집중 발언이나 다잉 메시지는 대체 왜 넣었는지 영 이해가 안 감… 물론 플레이어의 이목을 흐려 반전을 이루기 위한 포석이었겠지만, 그런 식으로 써먹으려면 적어도 왜 그런 내용이 나왔나 뭔가 납득갈만한 뒷받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다잉 메시지 건은 글씨 모양새를 아무리 봐도 피해자가 손이 삐긋해서 쓰려던 글자를 잘못 적은 거 같진 않고… 혹시 진범이 혐의에서 벗어나려고 가짜 다잉 메시지를 남겼나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과연 그 상황에서 그럴 정신 머리가 있었나 싶어서 미심쩍음.
우리고 우리고 또 우려먹은 과거 명작의 리메이크작이지만, 큰 변경점 없이 가장 평이 좋았던 새턴판을 잘 재현해서 제법 평가가 괜찮았던 모양이네요. 괜히 다 들어엎어서 폭망한 PSP판 『burst error – EVE the 1st』를 떠올려보면 안전하고 현명한 선택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