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 Realize ~무지개의 꽃다발~

오토메이트의 여성향 게임 『Code: Realize』의 합본 이식판을 플레이해봤습니다. PS Vita로 발매되었던 본편 『Code: Realize ~창세의 공주~』와 첫 번째 팬디스크인 『Code: Realize ~축복의 미래~』를 PS4판으로 합쳐서 이식한 작품인데, 두 번째 팬디스크인 『Code: Realize ~백은의 기적~』은 PS Vita판과 PS4판이 동시에 발매됐네요. 어쨌거나 이 합본판은 스위치로도 이식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마 PS4판과 마찬가지로 스위치판 역시 추가 요소가 없을 듯,..?

  • Code: Realize ~창세의 공주~
자신의 몸에 깃든 맹독 때문에 괴물이라 불리며 홀로 외로움에 젖어 있던 소녀 카르디아는 자신을 데리러 오겠다던 아버지를 기다리며 쓸쓸히 웨일스의 허름한 저택에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카르디아는 도둑신사를 자처하는 아르센 루팡과 만나게 되고, 그의 손에 이끌려 아버지 아이작의 행방을 찾아 ‘기강도시 런던’으로 향하게 되는데…

아이작의 음모를 중심으로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서 이야기는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되는데, 스팀펑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데다 모험 활극 느낌이 강하네요. 익숙한 인물이나 소재가 많이 나와서 꽤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인 데다, 이야기 구성도 괜찮고, 진입 장벽이 낮아서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만 하네요.

공략 대상은 아이작의 테러를 저지하려는 도둑신사 아르센 루팡, 인간병기라 불릴 만큼 무시무시한 전투력을 가진 전직 군인 반 헬싱, 어떤 이유 때문에 지명 수배범이 된 뛰어난 연금술사 빅터 프랑켄슈타인, 루팡과 함께 중요한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천재 기술자 임피 바비케인, 루팡 일당에게 거처를 제공하며 협력하는 생 제르맹 백작 등 총 다섯 명.

8화까지 공통 루트이고, 9~13챕터가 개별 루트인데, 이 게임의 진히어로인 루팡은 다른 네 명의 이야기를 끝내야 루트가 개방되네요. 이 루팡 루트는 다른 캐릭터 루트에서 드러났던 각종 갈등과 문제가 깔끔하게 매듭지어지는 대단원이라 대놓고 팍팍 밀어주는 티가 나네요. 카르디아의 독 문제도 가장 완벽하게 해결되었고…

개중에는 카르디아의 독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끝나서 좀 안타까운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특히 반 루트가… 다른 루트에서는 독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어도 일시적이나마 독이 사라지거나 캐릭터 특성 덕에 카르디아가 상대방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반 루트에서는 전혀 그런 내용이 없었네요. 반 루트만 호롤로기움과 전혀 연관이 없는 내용이긴 했지만.

아이작이 삐뚤어져서 세상에 위협을 가져오는 계획을 실행하려 든 건 잘못 맞는데… 거슬러 올라가면 웨일스 주민들이 이 사달의 원흉이었네요.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도 유분수지. 그냥 부와 명예를 누리며 런던에서 편히 살았으면 당하지 않았을 비극이었는데 아이작이 좀 안 됐습니다. 선의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요.

그리고 인형 같이 텅 빈 소녀 카르디아가 루팡 일당과 교류하면서 서서히 감정을 배우고 사랑을 알게 되는 모습이 짠하네요. 주변 인물들이 워낙 출중해서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지만, 카르디아는 나름대로 행동력과 판단력이 있고 제 앞가림도 잘 하는 캐릭터라 좋았음.

 

  • Code: Realize ~축복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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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Realize』의 첫 번째 팬디스크입니다. 본편 공략 대상의 후일담인 애프터 스토리 윈터 로즈와 본편 시간대에 있었던 에피소드라고 하는 어나더 스토리 루팡 더 갱, 그리고 공략 대상으로 승격된 에를록 쇼르메와 피니스 루트인 엑스트라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후일담은 본편 이후의 행복한 미래 이야기네요. 훈훈한 내용도 있고 소소한 갈등도 있지만 무사히 고비를 잘 넘기고 행복한 생활을 이어갑니다. 모든 루트에서 카르디아의 독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고. 게임 부제처럼 정말 축복의 미래를 맞이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마피아와 마약 관련 이야기로 진행되는 어나더 스토리는 카르디아의 첫 동성 친구인 셜리와 만나게 되어서 뜻깊었네요. 루팡 일당의 마피아풍 새 복장이 멋지고 카르디아의 드레스가 예뻐서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프랑, 독 방지 처리란 게 그렇게 금방 되는 거면 카르디아에게 좀 다양한 디자인의 옷을 마련해주지… 싶더라고요.

쇼르메 루트나 피니스 루트는 본편 공통 루트 바로 다음인 개별 루트부터 바로 시작하네요. 쇼르메 루트에 등장하는 왓슨이나 피니스 루트에 등장하는 헨젤도 무척 인상적이었음.

그나저나 반 후일담에서 언급된 내용을 보고 깨달은 사실인데, 게임 오마케 모드인 추억의 트렁크는 본편에서 루팡에게 처음 받은 물건인 트렁크에 자신의 추억을 담아가는 콘셉트였던 거군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카르디아가 처음으로 갖게 된 트렁크에 자기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생각하니 좀 짠합니다.

 

이런 류의 게임은 휴대용 기기로 하는 게 편하긴 한데, PS4판은 해상도가 높으니 스샷 찍어서 벽지로 쓸 수 있어 좋네요. 오토 모드로 놔도 절전 모드로 안 바뀌어서 좋고. 그런데 오토메이트에서 PS4로 인기작 이식하며 간 보다가 실속이 없었는지 스위치로 진영을 옮기는 분위기라 아쉽…

그나저나 게임에 나온 모든 CG가 갤러리란에 등록되는 건 아니군요. 루팡 등장 샷이라든가 카르디아 과거 회상, 헨젤의 과거 회상 CG 등은 게임 진행 상에서만 나오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