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베이와의 약속에 따라 ‘모래 바다 위를 건너는 배’에 오르게 된 키리. 그 배 안에서 키리는 자신보다 조금 어린 유리우스라는 소년을 만나게 됩니다. 교회의 높으신 분의 자제라고 하는 유리의 곁을 지켜 주는 어머니의 영을 보고서 키리는 얼굴도 모르는 자신의 어머니를 그리워하게 되지요. 계속되는 항해 중에 지독한 배멀미에 시달리는 키리. 그 모습을 보고 하베이와 병장님은 그러한 멀미가 그저 평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의문을 품고… 키리 일행은 배 안에서 벌어지는 어떤 음모(…;;)에 휘말려 모래바다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상 중반부까지의 간략한 스토리 라인이었습니다. 전작의 열차 여행에 이어 이번에는 모래 바다 위의 뱃여행이네요. 같은 여행이라고는 해도 전작에서는 각 장마다 각각의 별개의 스토리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엔 그냥 쭈욱 이어지는 느낌이에요. 이번 작품이 배 안이라는 비교적 한정된 공간을 그려서 그런건지…배경은 그저 모래바다와 선내 뿐. 맨 처음과 끝 부분에 다른 장소가 잠깐 나오긴 하지만서도…
어쨌거나 키리의 절대우방 ‘이름 모를 로봇의 오른 팔’군과 키리에게 큰 호감을 가진 유리 도련님의 등장으로 인해 하베이의 수난시대(?)가 펼쳐집니다. 이 ‘이름 모를 로봇의 오른 팔’군 … 정말 불쌍하게 됐네요. 간만에 찾아온 손님(=키리)에게 주인의 정을 느껴 그저 함께 하고자 했을 뿐인데 갑자기 난입해 주인을 뺐어가려는 악당(=하베이)에 맞서다가 가게는 홀라당 타고 키리를 지키려다 자기 몸도 홀라당 타고 남은 것은 오른 팔 뿐…;; 과정이야 어쨌든 키리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본인은 만족하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요. (앗, 이거 스포일러인가…;;)
그리고 유리 도련님… 이런 쇼타계 캐릭터는 질색인데. 어찌되었거나 세상은 인맥과 백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몸소 펼쳐보이는 캐릭터랄까…
아무래도 좋은데… 이번엔 병장님의 멋진 활약이 없어요!! 역시 정밀기계에게 모래는 쥐약이었던 겝니다. 병장님은 맨 마지막에 뒷북이나 치고. 병장님이 완전 엑스트라 격으로 추락하다니… 엉엉.
함께 여행을 하고있긴 하지만 왠지 서로의 관계를 확신할 수 없어 불안해하던 키리와 언젠가 다가올 이별을 의식한 탓인지 키리에게 거리를 두려던 하베이. 조금은 삐걱거리던 두 사람이었지만, 이번 여행 중 되찾은 어린시절의 기억을 통해 소녀는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실히 굳히게 되었고 깊게 패인 인간불신의 골 속에서 허덕이던 불사인은 작은 믿음의 불씨를 얻게 되었으니 이번에도 해피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