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탈 왕국의 수호수인 그리폰을 사역하는 무녀공주 시에네스티타를 만나 광염을 제대로 제어하는 법을 얻기 위해 왕도에 발을 들여 놓은 아리아 일행. 추격자들을 피해 성녀의 관에 몸을 의탁하게 된 아리아는 그곳에서 어머니의 지인인 피오라를 만나게 됩니다. 옛 친구의 딸인 아리아를 친딸처럼 귀여워해 주는 피오라의 비호 아래, 시에네스티타 공주와 접촉할 방도를 궁리하던 아리아는 왕립기사단에 근무하는 소꿉친구 라일의 힘을 빌리기로 하는데…
왕도를 무대로 펼쳐지는 『환수강림담』 시리즈 제6권입니다. 어떻게든 시에네스티다 공주를 만나기 위해 적의 소굴로 잠입해 기회를 엿보는 아리아 일행. 그중에서도 누이인 시에네스티타와 생이별 상태였던 셰난의 감회는 남다르겠죠.
그동안 베일에 쌓여 있던 아리아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의 과거는 수수께끼. 부모님이 만나게 된 경위라던가 아리아의 아버지인 게이드는 솜씨 좋은 장인으로 36가 대귀족 중에서 손꼽히는 춘양가와 인연이 있었다던가 등등의 사실도 드러납니다.
그나저나 리스탈 왕국의 왕위계승시스템은 좀 독특하군요. 리스탈 왕가는 여섯 가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 것은 이들 육왕가의 당주에 한하며 주로 제1가인 리스타의 당주가 계승하는 것이 원칙이고, 리스타의 당주가 공석일 경우 예외적으로 제2가인 브란의 당주가 계승하게 되나봅니다. 그리고 육왕가의 당주가 되기 위해서는 혼인이 필수사항이고, 특히 왕위를 계승하기 위해서는 육왕가의 공주를 처로 맞지 않으면 안된다…라나.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읜 셰난은 당시 왕위를 계승할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에 브란의 당주였던 숙부가 왕위를 계승한 상태. 따라서 현왕은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 셰난을 제거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모양이고.
아리아를 손에 넣기 위해 마수를 뻗어오는 왕가의 움직임도 그렇고, 아란담 기사단에 떠도는 불온한 공기도 그렇고 점차 이야기의 흐름은 심각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란담 기사단 측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 중 하나인 사피아. 아리아를 원망하는 사피아의 심정을 이해 못할 건 아닌데, 그렇다고 자신의 나약함까지 모두 아리아 탓으로 돌리려는 건 아리아에게는 좀 가혹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딴사람도 아니고 미르테를 끌어들여 일을 벌여야 겠니…;; 그외에도 총장대행 윈즈람과 그의 연인 이브리다의 움직임이 어떨는지 신경쓰이네요.
심각한 내용 외에도 연애 관련 부분도 나름대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무녀님과 소꿉친구 기사님, 왕자님의 미묘한 삼각관계 형성이라든가, 화려한 가면무도회라든가, 소녀소설다운 시츄에이션도 펼쳐지네요. 아리아는 츤데레 왕자님을 잘 길들이고 있고(아리아 본인에겐 자각이 없지만), 간만에 아리아와 마주한 라일은 소꿉친구의 변화에 꽤 당황스러운 모양. 아리아를 사이에 두고 알게 모르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라일과 셰난의 모습이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