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밑바닥에서 마신이 눈을 뜰 때, 운명의 신은 여섯 명의 용사를 선택해 세계를 구할 힘을 부여한다. 지상최강을 자처하는 소년 아들렛은 그 여섯 명 중 하나인 육화의 용사로 선택되어 마신 부활을 저지하는 싸움에 임한다. 하지만 약속의 땅에 모인 용사는 어째서인지 일곱 명이었다. 그 직후 무환결계가 작동해 일곱 명 전원이 숲에 갇혀버린다. 일곱 명 중 누구 하나가 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용사들은 의심암귀에 빠진다. 그리고 아들렛이 그 혐의를 뒤집어쓰게 되는데…
『싸우는 사서』 시리즈로 호평을 얻은 작가 야마가타 이시오의 후속작입니다. 이번 달에 익스트림 노벨에서 정식발매된다는 듯하네요. 장르는 판타지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물…? 인류의 적인 마신에 맞서 싸우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할 용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내부분열과 갈등이 키 포인트입니다.
폐쇄된 공간에서 적의 음모와 실체를 추리하는 미스터리 요소에,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동료를 설득하려는 아들렛의 고군분투가 녹아들어 간 작품이네요. 함께 마신과 맞서 싸울 동료 중 하나가 몰래 숨어든 적이라는 불안한 상황에서 서로 의심하고 견제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역시 실체 없는 내부의 적이 가장 무서운 법이지요. 흉마도 머리 잘 굴렸다 싶습니다.
주인공은 입만 열면 자칭 지상최강의 사내라고 떠들어대는 소년 아들렛 마이어. 가벼운 인상에 별다른 재능이 없는 범재이지만 노력과 근성으로 육화의 용사가 된 인물입니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도가 제법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아들렛이 딱히 비열하거나 인간성이 바닥인 것은 아니에요. 재능과 실력이 넘치는 다른 용사들에 비해 사고가 유연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데다 정신력이 강하고 인간미 넘치는 성격입니다. 그 기질 덕분에 적의 음모와 정체를 밝혀낼 수 있었지요. 정신면에서는 용사들 중 단연코 최강일 듯.
주인공 아들렛 외에 다른 등장인물도 개성이 강한 편이네요. 인물 외형이나 성격과 말투 등 은근슬쩍 여기저기 모에 요소도 숨어있고. 일러스트도 제법 예뻐서 마음에 들었어요.
어쨌거나 모든 일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나 싶었더니 에필로그에서 또 떡밥을 던져 용사들 사이의 내부 문제는 결국 제자리걸음… 한번 수라장을 겪었으니 다들 섣부른 행동을 하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를 안은 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찜찜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나저나 밝고 천진난만한 공주님 나셰타니아와 감정표현에 서투르고 우직한 기사 골도프의 모습이 딱 전형적이지만 구미가 당기는 주종커플 구도라 응원하려는 마음이 있었는데 여러모로 골도프가 안습이네요. 과연 골도프의 외사랑은 보답받을 길이 있을지…;; 골도프가 강한 기사라고는 해도 정신적인 면에서 무르기 때문에 훗날 위험요소가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