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밀

평범한 대학생 유키 리쿠히코는 차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잡지를 뒤적이다 차분하고 기품있는 미인 스와나 쇼코를 만납니다. 유키는 스와나와 함께 아르바이트 잡지를 살피던 중 시급 112,000엔의 고액을 지급하는 수상쩍기 그지 없는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연령과 성별 불문. 일주일 기간의 단기 아르바이트. 어느 인문과학적 실험의 피험자. 하루의 구속 시간은 24시간. 인권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24시간 피험자를 관찰한다.’

미심쩍은 마음을 누르고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유키는 며칠 후 합격 통보를 받고 지정 장소로 향합니다. 그곳에 각기 다른 이유로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12명의 피험자가 모이지요. 그들이 안내받은 실험 장소는 지하에 설계된 기묘한 시설 ‘암귀관’이었습니다. 지원자들은 일주일간 폐쇄된 공간 암귀관에서 주최측이 정한 규칙에 따라 지내게 됩니다. 주최측에서 제시한 조건을 무시하고 그저 유유자적하게 시간을 채우려던 지원자들의 태도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데…

소시민 시리즈와 고전부 시리즈를 쓴 요네자와 호노부의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2007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0위에 올랐던 작품이라더군요. 주최측의 악의 넘치는 계획에 참가한 12명의 악몽 같은 일주일을 그린 이야기…랄까요? 미스터리광인 실험의 ‘주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열린 미스터리 생존 게임에 휘말려 고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 여기저기 딴지 걸고 싶은 부분이 제법 됩니다.

주최측에서 인권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관찰한다고 말합니다만, 사생활 없이 24시간 감시하는 시점에서 이미 인권이고 뭐고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애초에 실험 기획 의도도 그렇고… 처음 사건이 벌어졌을 때 왜 다들 주최자의 농간이나 자살의 가능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지 좀 의아하긴 했는데, 폐쇄된 공간에서 갑작스러운 상황에 맞딱뜨리면 당황해서 사고가 잘 안 돌아 갈 수도 있겠거니 생각해서 패스. 얘네들은 왜 처음부터 무기 공개를 안 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는데, 서로 눈치 보며 분위기에 휩쓸렸겠거니 싶어서 이것도 패스. 적당히 타협하며 읽었네요.

미싱 링크 부분도 좀 미심적은 게,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지고 주최자 측에서 유키와 스와나 사이의 관계를 파악했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싶어요. 알바 응모 전 편의점에서 잠깐 만난 인연을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요? 참가자 동선을 다 파악해서 CCTV까지 모두 회수해서 조사했나…? 아예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효율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랑 말랑…

미스터리 마니아를 위해 기획한 실험답게 여기저기 미스터리 소설 오마쥬가 나옵니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저는 미스터리 소설은 그다지 잘 모르는데, 그래도 책장은 술렁술렁 잘 넘어 가더군요. 이 책을 읽다 보니 앞부분 조금 보고 방치한 『십각관의 살인』이나 마저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