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NNAD Full Voice

불량아로 낙인찍힌 고교 3년생 오카자키 토모야는 아무런 희망도 목표도 없이 무기력한 나날을 반복하며 나태한 생활을 보내는 중. 악우인 스노하라와 적당히 어울리며 소동을 벌이고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그는 교내에서는 이질적인 존재입니다. 어느 날, 평소처럼 늦은 시각에 등교하던 토모야는 학교로 이어지는 언덕길 아래에서 한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KEY에서 발매한 전연령 연애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처음 발매되었을 당시에는 무음성이었으나 PS2 이식판에서 음성이 추가되었고, 나중에 PC판으로도 풀보이스판이 발매되었지요. 그 이후로 PSP판과 XBOX360판으로도 이식되었고..

 

  • 나기사

출석일수가 모자라 1년 유급한 병약소녀. 유급하기 이전에도 잦은 병결과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2학년 때쯤에야 겨우 친해진 사람이 생겼는데, 유급하고 나서는 그나마 아는 사람들은 모두 졸업해버리고 시업식 이후로도 며칠 쉬었기 때문에 고립무원 상태에서 학교 가는 걸 망설이던 때에 토모야와 만나게 됩니다. 오래전부터 동경해오던 연극부에 가입하려 하지만, 때마침 연극부는 부원이 없어 폐부 상태. 등굣길에 자신의 등을 떠밀어준 토모야의 격려에 힘입어 연극부를 재건하기로 결심하는데…

나기사 루트에서는 나기사의 성장과 후루카와 가족의 가족애가 중심이 됩니다. 토모야와 나기사는 전혀 다른 성격이지만, 맨 처음 토모야가 나기사를 돕기로 결심한 계기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교내에서 자신이 있을 곳을 찾지 못한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껴서 였을 듯.

그나저나 창립자제 때, 나기사가 환상세계 이야기를 주제로 공연한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경단 대가족 노래를 부른 건 정답이었군요… 나기사의 취향이기 때문에 정답인 거였어…;;

  • 쿄 & 료

토모야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후지바야시가의 쌍둥이 자매. 언니인 쿄는 호쾌한 성격의 소유자로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토모야를 스스럼없이 대하는 유일한 여학생이고, 동생인 료는 점을 좋아하는 얌전한 성격의 소녀로 3학년이 돼서 토모야와 클래스메이트가 됩니다.

톡톡 튀는 성격의 쿄는 캐릭터성은 좋지만, 시나리오는 영 취향이 아니었어요. 자매 사이에 낀 삼각관계, 더군다나 쿄가 손수 다리를 놓아줘서 여동생인 료와 사귀게 된 상태에서 쿄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좀 찝찝해서 말이죠. 어느 쪽을 선택해도 마음이 개운치 않은 상황인지라…

료 엔딩은 아무런 기복 없는 평온한 전개… 이긴 한데 지나치게 심심한 것 같네요. 적어도 료가 토모야를 좋아하게 된 계기 정도는 나와줬으면 했는데. 료는 순수하게 토모야를 좋아했다기보다는 언니에 대한 동경과 언니가 좋아하는 남자에 대한 호감이 뒤섞인 감정이라는 느낌입니다.

  • 코토미

타인을 대하는데 무척이나 서투르지만 묘하게 토모야에게 친밀한 태도를 보이는 천재 소녀. 어린 시절 남달랐던 재능 때문에 또래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은 탓에 낯선 사람을 대하는 걸 두려워합니다. 토모야와 만나기 이전까지는 오로지 독서에만 몰두해 왔지만, 토모야의 손에 이끌려 타인과 교류하게 되고 바깥세상으로 한 발짝씩 내딛게 되지요.

스토리 진행하는 동안 코토미가 유난히 반쪽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서 뭔가 있나 싶었는데… 나름대로 사연이 있었네요. 코토미의 트라우마와 돌아가신 부모님의 이야기는 정말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코토미 루트 후반부는 코끝이 찡해질 정도로 연출이 좋았어요. 코토미는 여러모로 서투르고 어수룩한 모습이 제법 귀엽습니다만, 외부와의 접점이 오로지 토모야 뿐인 탓인지 다른 루트에서는 등장을 안 한다는 게 좀 아쉽습니다.

  • 후코

언니의 결혼을 축하해 줄 하객을 모으기 위해 선물용으로 손수 조각한 불가사리 조각을 들고 활기차게 교내를 뛰어다니는 소녀. 토모야와 동갑이지만 정신연령이 낮은데다 전파도가 높고, 치유계와 귀여운 것에 매우 약합니다. 그 정신세계는 친언니조차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모양. 때때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멍해지는 때가 많아서, 토모야의 장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후코 루트는 나름 감동 스토리이긴 한데… 어째선지 그다지 와 닿질 않더군요. 나중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 후코는 애프터 스토리에서는 토모야를 보고도 별 티를 안내더군요. 나기사 루트에서는 토모야와의 인연이 그리 깊지 않은데다 후코 루트를 거치며 정신적으로 성장하긴 했어도 그때의 기억이 남아있지는 않은 듯…? 그나저나 애프터 스토리 트루엔딩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 후코라는 점이 의외라면 의외랄까… 나름대로 인상적이었어요.

  • 토모요

한 때 뒷골목에서 최강전설로 이름을 날리던 전학생. 그 실력은 여전하지만, 집안 문제로 방황하던 시절 쌓아올린 악명에 거부감을 가진데다, 여성스러움에 대해 동경을 품고 있습니다.  학생회장이 되어서 가족과의 추억이 어린 벚나무를 지키겠다고 하는 확고한 목적을 가지고 이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메인 캐릭터 중 유일한 후배인데, 오히려 선배들보다 어른스러운 듯.

토모요 루트에서는 당사자인 토모야와 토모요의 내부적인 문제가 아닌, 색안경을 낀 주변 사람들의 태도로 인한 갈등이 주가 됩니다. 두 사람의 교제를 반대하는 교사야 뭐 그러려니 했는데, 토모야에게 쓴소리 해대는 학생회 임원 후배가 좀 마음에 안들더군요. 첫 등장 때에는 그리 인상이 나쁘진 않았는데, 후반에는 좀 주제 넘게 참견하는 듯해서…

  • 애프터 스토리

이 게임의 백미. 이전까지의 학원편은 이 이야기를 위한 프롤로그에 지나지 않습니다. 주인공인 토모야와 나기사 커플뿐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관계를 맺으며 서로 의지하고 돕고 지탱해주는 모습을 보여 주는게 좋더군요. 특히 토모야의 직장 선배인 유스케와, 토모야와 비록 피는 안섞였지만 가족의 인연으로 맺어진 아키오, 사나에 등이 좋았어요.

그동안 뭔소린지 영 이해가 안가던 환상세계의 이야기와 우시오 엔딩이 교차되면서 트루엔딩으로 이어지는 것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게임 시작서부터 이야기를 진행해가면서 빛의 구슬을 모아온 건 결국 소중한 사람을 구해내기 위한 과정이었군요. 그동안 토모야는 대체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해 왔을지… (이 게임, 사실은 루프물이었구나…)

이 게임의 메인 테마는 가족. 게임 장르는 연애 어드벤처이지만, 그저 남녀간의 연애 감정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끈끈한 가족애나 유대감같은 소재를 매우 좋아해서 말이죠. 위 감상에는 언급하진 않은 여러 서브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상당히 매력적이예요. 등장인물간의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도 볼거리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