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때 메네르트가에 들어와 5년간 메이드로 종사해 온 고아 소녀 샬롯 페리에. 가족의 정에 굶주린 샬롯은 주인인 프레데릭을 남모래 연모하고 있습니다. 프레데릭은 인형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인형작가로, 아내인 미리암을 사랑하는 애처가. 그러나 저택에서 일하던 메이드 중 미리암 부인을 직접 본 이는 아무도 없고, 부인의 인기척조차 느껴지질 않습니다. 문득 호기심을 품게 된 샬롯은 그동안 출입이 금지되었던 미리암 부인의 방문을 열게 되는데…
빅토리아 시대 분위기를 풍기는 가공의 세계를 무대로 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오제키 슈이치로, 이 작품으로 제6회 후지미 영 미스터리 대상에서 가작을 수상했다는군요. 제목과 표지를 장식하는 것은 샬롯이지만, 주인공은 미리암 부인이라 할 수 있을 듯.
본 작품은 불길한 저택에서 펼쳐지는, 애증과 악의로 똘똘 뭉친 세 시대의 이야기가 기묘하게 엃혀있는 미스터리물입니다. 샬롯 중심으로 전개되는 기묘한 이야기와 인형작가의 회고록, 루시앨라 시점에서 서술되는 과거사가 전부 유사하면서도 미묘하게 달라서 대체 진실은 뭔가 싶었는데… 후반부까지 보고서 납득. 과거와 현재와 허구가 맞물려 진실이 드러나는 부분이 절묘했던 듯합니다. 복선과 반전이 잘 짜인 트릭이 꽤 좋았어요. 샬롯 중심의 초반부는 좀 뭥미스럽긴 했지만, 중반부터 어긋난 퍼즐이 맞아들어가는 게 꽤 흥미진진했고…
마지막에 모든 사건의 발단인 원흉들만 떡 하니 남는 엔딩에 좀 뜨악했습니다. 그나저나 바텍의 “아름다운 샬롯에게 바친다.”라는 말은 당최 뭔 개풀뜯어먹는 소린지… 샬롯 인생이 그 출생부터 죽음까지 불행으로 얼룩진 건 따지고 보면 바텍 다 당신 때문 아니오? 이 이야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샬롯인 듯. 저택의 악몽에서 벗어나나 싶더니 결국 평온한 현실로 돌아가지 못한 채 망가져 버린 루시앨라가 좀 불쌍하기도 하고… 뭐, 악마한테 도리나 양심을 따져봤자 별수 없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