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사정으로 후쿠라이 시에 이사 온 고교생 나기리 코스케. 사립 치토세이 고등학교로 전학한 그는 전학 첫날, 휴일에 우연히 만났던 백의의 소녀 아이사카 스테키에게 끌려가 의술부란 기묘한 동아리의 부실을 방문하게 됩니다. 의술부는 부장인 스테키를 비롯해 우산에 집착하는 양갓집 아가씨 요이야미가하라 카게루코, 언제나 인상을 찌뿌리고 있는 금발의 헤드폰녀 쿠로자키 쿠우 등 괴짜들만 드글대는 수상한 곳. 코스케의 특이한 체질에 관심을 보이며 검사하게 해달라 밀어붙이는 스테키로부터, 코스케는 이 도시에 ‘필리아 신드롬’이라는 위험한 병이 만연하고 있고, 의술부는 이런 증후군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결계사의 푸가』,『나와 마녀식 아포칼립스』, 『C³ -시큐브-』 등을 쓴 미나세 하즈키의 신작입니다. 이 작가를 접하는 건 이 책이 처음이네요. 증후군에 의술부 등의 소재가 나오지만, 딱히 의학물은 아니고 어려운 의학전문용어나 지식도 필요없는 온갖 페치들이 우르르 등장하는 페치물 학원이능물입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필리아 신드롬’이란, 사람 내부에 각각 내재되어 있는 특정 기호나 취향이 극한으로 치달아 이를 충족시킬 때 크나큰 쾌감을 느끼게 되고, 증세가 심해져 중증이환하면 이러한 쾌감을 채우기 위해 살인조차 마다하지 않는 위험한 상태가 되는 병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병적인 페티시즘. 그런데 이 필리아 신드롬은 단순히 무언가에 탐닉하기만하는 정신적인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취향의 내용에 적합하게 사람의 정신과 육체, 체질 등을 바꿔버리지요. 이를 테면, 총에 열광하는 ‘건 신드롬’에 걸린 이는 총을 이용한 쾌감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총에 관련된 지식과 실력이 숙련자 수준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각각의 신드롬 환자는 각각의 분야에 익스퍼트. 경우에 따라 참으로 무시무시한 참상이 펼쳐질 수도 있겠지요. 자신의 욕구충족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각종 페치들이 우글우글한 후쿠라이 시… 솔직히 좀 무섭네요.
스테키는 중증이환한 신드롬 환자를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데, 그녀가 치료를 하기 위해 행하는 ‘수술’이란 행위는 중증환자를 죽여 그 충격으로 병을 낫게하는 것입니다. 스테키 양이 지닌 신드롬 때문에 환자가 죽는 일은 없지만, 치료를 위해서라해도 살인은 살인. 그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스테키는 언젠가 자신이 앓고 있는 신드롬으로 인해 이 세상에서 사라질 운명.
여주인공인 스테키가 품은 비극성에 더해 피와 그로테스크가 난무해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은 편이네요. 주인공인 코스케가 매번 오해를 받아 변태 취급받는 패턴이 반복되는 건 그다지 취향이 아니긴 하지만… 주인공은 이도저도 아닌 평범무쌍한 인물이라 인상이 약하지만, 주변인물들은 다들 개성적입니다. 스테키가 당황하면 혀짧은 소리를 내는 게 좀 귀여운 듯.
에필로그에 나오는 ‘아이사카 스테키인 증후군’의 실체도 제법 인상적이었어요. 이로써 앞으로 코스케×스테키 공식 커플 확정이니, 코스케에게 호감이 있어 보이던 이마리는 실연 확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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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특수한 정신질환을 소재로 삼는다는 점에서 『아이사카 스테키 증후군』이 떠오르더군요. 물론 두 작품의 분위기나 방향성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