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페 ~Chocolat Second Style~

평범한 대학생 히토시는 어느 날 뜻하지 않는 연락을 받습니다. 중세 유럽 거리를 이미지로 한 대형 쇼핑몰 ‘브릭몰’은 개장을 앞두고 인기 있는 매장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데, 히토시의 누나 에마가 경영하던 카페 ‘파미유’의 입점을 권유하는 전화가 온 것이지요. ‘파미유’의 본점은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는 장기 휴업상태이고, 에마는 ‘파미유’를 다시 여는데 회의적인 입장을 보입니다. 히토시는 어떡해서든 그리운 추억이 가득 어린 ‘파미유’를 다시 재건하고 싶은 마음에 휴학을 하고 ‘파미유’의 점장이 되어 ‘브릭몰’에 입점합니다. 그런데 ‘파미유’의 바로 맞은 편에 같은  콘셉트의 인기 카페 ‘curio’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는데…

기가의 18금 남성향 PC 게임『파르페 ~Chocolat Second Brew~』를 PS2판으로 이식한 작품입니다. 이 PS2판을 PC로 역이식한 『파르페 ~Chocolat Second Brew~ Standard Edition』도 발매되었어요. 본 작품의 2년 전 이야기인 『쇼콜라 ~maid cafe “curio”~』의 후속작인데, 전작은 안 해봤지만 이 작품이 제법 평가가 좋은 듯하여 잡아보았습니다.

여타 기가 작품과 마찬가지로 알케미스트에서 이식했네요. PS2판의 새로운 요소는 듀얼 보이스 시스템 채용, 공략 캐릭터 2명 추가, 신규 이벤트 CG 추가, 새로운 주제가와 오프닝 무비 추가, 시스템 개선 등. 시스템은 꽤 편리합니다. PS2 게임으로는 드물게 오토 세이브 기능을 지원하고,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이벤트가 통째로 넘어간다는 점이 편하네요. 다만, 실수로 버튼 누르면 안 본 이벤트도 그냥 넘어간다는 건 문제지만, 그럴 땐 퀵로드하면 되니까 큰 상관없겠고…

공략 대상은 다소 엉뚱한 구석이 있는 파미유의 새 웨이트리스 카자미 유이, 큐리오 3호점 치프 웨이트리스 카토리 레아, 히토시의 과외 제자이자 파미유 알바생 유키노 아스카, 파미유 개점 당시부터 스태프였던 스즈나미 카스리, 히토시의 의붓누나이자 형수인 스기사와 에마, 히토시의 대학 동기이자 옛 파미유 치프였던 나츠미 리카코, 큐리오 3호점 플로어 스태프인 카와바타 미즈나, 파미유의 거래처였던 유명한 커피콩 회사 ‘사와자키 커피’의 업자 사와자키 미오 등 총 8명.

화재 사건 때문에 문을 닫고 휴업 상태였던 카페 파미유가 브릭몰 입점을 계기로 다시 문을 열게 되면서, 파미유를 중심으로 이런저런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파미유를 일으켜세움과 동시에 제각각 이런저런 사정이 얽히고 설켜서 형성된 가족 사이의 불화나 열등감 또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주된 흐름이 되겠네요.

타이틀 히로인은 유이지만 스토리나 캐릭터는 그리 대단할 것 없고… 이 게임의 진히로인은 리카코. 이 게임 시나리오의 가장 깊은 핵심을 이루는 게 사토시를 사이에 둔 리카코와 에마의 삼각관계입니다. 에마와 리카코. 두 사람 다 히토시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입니다만, 여러모로 삐걱거릴 수 밖에 없는 관계죠…

리카코가 히토시에게 호감을 품은 게 뻔히 보이는데 굳이 선을 그으려 드는 이유나, 과거에 사귀었지만 헤어지게 된 이유 등이 드러나면서 참 안쓰러운 마음이 절로 듭니다. 게임 표면상에서는 리카코가 히토시를 차버렸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실상은 좀 달랐으니… 히토시의 지독한 가족애에 우선 순위가 밀려 상처받은 리카코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선 것이네요. 우왕, 리카코 보살이에요. 어떤 루트를 타든 히토시의 행복을 바라며 축복해주니… 히토시도 이렇게 참한 아가씨를 두고 노냥 누나 뒤치다꺼리만 하면서 사태 파악도 제대로 못하니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하지만 이 아가씨에겐 히토시 외에는 구원이 없다는 사실이 참 비극이네요. 배드 엔딩에서 히토시가 리카코는 결코 자신이 준 팔찌를 풀지 못할 거라 독백하는 부분이 참 씁쓸했어요.

에마는 히토시의 사촌누나이자 의붓누나이자 형수라는 궁극의 누나 포지션. 게다가 히토시의 첫사랑이기도 합니다. 사실 에마는 처음부터 그다지 마음에 안 드는 캐릭터였는데, 루트 돌입하니 더더욱 싫어지네요. 리카코 루트 타고 있자면 하는 행각을 보면 더 과관이고… 누나라는 자리를 꿰차고 히토시를 옭아매는 꼬락서니를 영 좋게 봐줄 수가 없습니다. 본인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상황을 개선할 생각이 없다는 게 정말 정떨어지도록 이기적인 캐릭터라서요. 그러면서 리카코를 응원했다고 말하면 어쩌라고…

리카코 엔딩을 보니 이 게임에서 리카코 이외의 히로인은 정말 생각할 수가 없네요. 다른 캐릭터는 굳이 히토시가 아니어도 괜찮지만, 이 아가씨는 히토시밖에 없어요. 에마도 히토시뿐이라 할 수 있겠지만, 과거에 히토시의 형을 선택한 시점에서 이미 접었어야 할 마음이라고 생각해서…

이 게임의 메인 키워드는 가족. 작화도 예쁘고 시나리오도 괜찮고 시스템도 편리해서 제법 즐겁고 쾌적하게 플레이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 2월달에 PSVita판으로 이식해 발매된다고 하던데, 확실히 인기작은 인기작이었던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