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 소프트에서 내놓은 스팀펑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처음 발매되었던 오리지널판은 부분 음성이었지만 제가 플레이한 건 나중에 풀보이스화 된 ‘Full voice ReBORN’판이네요. 플레이한 지는 상당히 오래 되었지만 흐릿한 기억을 긁어모아 기록이나 남겨 봅니다.
기본적으로 어드벤처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각 장 중간마다 ‘마음의 소리’라는 파트가 있는데, 이 부분에서 각 등장인물의 속내나 각종 설정 및 떡밥이 드러나므로 처음 플레이 할 때는 스킵하지 말고 꼭 보고 넘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순서를 잘못 고르면 다 못보고 끝내야 할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뭐, 꼭 다 봐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기왕이면…
무대가 되는 인가노크란 곳은 일찍이 기지세계 동대륙 남쪽에 있는 왕후연합소속 제1급 기관도시로, 10년 전 일어난 붕괴로 인해 이변으로 일그러진 이형 도시입니다. 신비한 안개로 외부와 격리된 이 이형 도시는 10년 전 부활의 날 붕괴로 인해 법칙은 어그러지고 주민들은 변이했으며 그 당시의 기억은 다들 불확실해진 상태입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도시 지배자인 대공작 아스테어가 연구해 발표한 현상수식과 수비기관이 도시에 자리잡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 내에서 보기 드문 현상수식술사인 순회 의사 기는 하루하루 빈민층을 돌며 의료 활동을 이어가던 어느 날 신비한 소녀 키아와 만나게 되고, 이를 계기로 최강의 기계(奇械)라고 불리는 포르시온의 숙주가 되어 행동을 함께하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기와 키아를 중심으로 기의 오랜 지인인 검은 고양이 아티를 비롯해 인가노크에서 살아가는 주민들과 얽히고 설키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네요.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이 제각각 특색있었습니다.
11년 전 일어났던 붕괴 사고와 10년 전 부활의 날, 41의 기계와 41의 크리터, 네 명의 빼앗긴 자들에 대한 진실이 참 먹먹합니다. 어떻게 일이 꼬이고 꼬여 광기에 휩싸인 나머지 상황이 그 지경까지 굴러갔는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타인을 향해 항상 손을 뻗어 온 기의 그 자세가 결국 비극의 종지부를 찍게 했겠죠.
그나저나 키아는 삐뚤어져서 엇나간 형제들 사이에서 홀로 참 꿋꿋이 올곧게 남아줘서 대견하네요. 기와 키아는 서로를 구원하고 구원받는 관계라 참 애틋했습니다. 기억을 잃고 홀로 남은 아티가 안쓰럽습니다만, 해방된 도시에서 자기 갈 길 잘 가겠죠…
대공작의 손주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는데, 그게 키아나 레무르 레무르가 아니란 사실은 확실하고… 포르시온이 그 손주라면 참 여러모로 드라마틱하겠다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가노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지만, 서향에서 건너온 세 명의 석학 더 퍼스트라든가 ‘적색비본’이라든가 ‘녹색비본’이라든가 그 외 여기저기 시리즈의 연결고리가 될 만한 부분이 보입니다. 뭔가 전작 주인공인 코니와 연관있어 보이는 인물도 나왔고…
전작인 『창천의 세레나리아』는 사뭇 분위기가 다릅니다만, 저는 이 작품 쪽이 더 마음에 드네요. 『창천의 세레나리아』의 밝고 희망찬 이야기도 나쁘진 않지만, 이 작품의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내는 그 모습이 짠해서… 분위기도 좀 더 스팀펑크스럽기도 하고요. 그리고 사실 세레나리아 쪽은 조금 뽕빨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부담스러운 구석이 있었어요…;;
스팀펑크 시리즈 뒷편도 플레이해야 할 텐데 이 진행 속도라면 대체 어느 세월에 따라잡을지 모르겠네요. 예전엔 게임도 진득이 잘 잡고 했는데, 요즘은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중증 게으름 때문인지 속도도 안나고 잡고 있는 빈도도 줄어서요. 그래도 언젠가는 하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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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팀펑크 시리즈 첫 번째 작품입니다. 전부터 같은 스팀펑크 시리즈인 『혁염의 인가노크』랑 『칠흑의 샤르노스』를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전작부터 클리어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