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사이코패스』를 원작으로 하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PS4, PS Vita, Xbox One, 스팀 등으로 발매되었는데, 스팀판은 지역 제한이 걸려있어서 한국에서는 구매 못 하는 모양이네요. 제가 플레이한 건 PS Vita판입니다.
게임은 오리지널 스토리인데 신규 캐릭터인 나데시코와 츠루기 중 하나를 선택해 플레이하게 됩니다. 게임 진행중에 사이코패스 상태에 따라서 감시관에서 집행관으로 강등되거나, 집행관에서 감시관으로 승격하기도 합니다. 양쪽 루트 모두 전체적인 사건 흐름은 같아요. 이야기의 진상은 애니메이션을 이미 봤다면 대강 눈치챌 만한 전개라 놀라울 건 없었어요.
츠루기에게 친밀하게 구는 카가리나 신경질적인 인상이 강하지만 나름대로 이래저래 신경 써주는 기노자, 기타 다른 동료들의 모습이 훈훈합니다. 원작 캐릭터와 우정 이벤트 비스무리한 것도 있고 동료로서 나름대로 교류해서 잘 녹아들긴 하지만, 오리지널 캐릭터 셋의 인연이 굉장히 끈끈해서 다른 사람이 그 사이에 끼어들 틈은 없다는 느낌이 강하기는 하네요.
주인공에 대해서 말하자면 감정이 결핍된 나데시코도 범상치는 않은데…… 20여 년 동안 감정 공감 능력이 없는 소꿉친구를 일편단심으로 애타게 그리는 츠루기도 순정파이긴 하지만 어딘가 내면이 좀 어그러진 느낌이 드네요. 츠루기는 사회성이 좋고 상식도 있고 감성도 풍부한데, 마음속에서 유카리가 일순위라 다른 가치랑 충돌하게 되면 유카리를 우선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머릿속에 유카리 생각으로 꽉 차서 가족도 돌아보지 않는 모습을 보면 좀 꽁기꽁기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살인자의 밤」 엔딩은 영 츠루기답지 않은 것 같아서 좀 이해가 안 갔어요. 나데시코와 유카리의 인격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나데시코의 행복을 위한다면서 잠적하는 것도 좀… 국장이 나데시코가 쓸모없다고 판단하면 처분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이미 협박했는데, 기억상실인 채로 놔두면 결국 신변에 위협이 갈 거라는 생각은 미처 못 한 것인가……;; (실제로 나데시코 루트에서 기억과 체질을 못 찾아서 처분당하는 분위기의 엔딩도 있는데!)
마키시마 쇼고는 이번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에 등장 안 할 줄 알았는데 나오는군요. 비중은 적지만 양쪽 시점 모두 가장 해피엔딩에 가까운 전개에 등장해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떠나니 존재감이 강했습니다. 다만 양 루트의 설정이 좀 다른 거 같은데… 나데시코 루트에서는 츠루기가 폐기 지역에서 마키시마를 만났었다는 언급을 하는데, 정작 츠루기 루트에서는 마키시마와 서로 초면인 모양. 나데시코 루트에서 도주를 도와주게 되면서 다시 만나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타쿠마 루트에서는 한 번 만나고 땡이더군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엔딩은 나데시코 편의 「Happy Family」와 츠루기 편의 「마법의 노래」네요. 츠루기와 유카리와 알파 셋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만큼 가장 행복한 결말 같습니다. 둘 다 사회 체계인 시빌라 시스템을 벗어나 외부로 탈출하는 엔딩인데 마시키마와 얽히는 점이 인상 깊었고, 「마법의 노래」 루트에서는 츠루기와 알파가 편 먹고 날뛰는 모습이 어쩐지 유쾌합니다. 그 과정에서 뒤통수 맞은 동료들이 좀 안쓰러워지기는 하지만……;;
본편 외에도 퍼즐 게임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게임으로 포인트를 모아서 잠겨 있는 콘텐츠(보이스, 갤러리)를 열어야 합니다. 이 미니 게임이 어렵긴 한데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포인트 모으는 게 그리 힘들지는 않았지만…… 질색하는 게이머도 있는 것 같네요.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스크린샷 기능이 막혀 있어서 아쉽고, 멀티 엔딩인 데다 회상이나 캐릭터 이벤트 등을 채우려면 반복 플레이가 필요한데 점프 기능이 없으니 내용을 스킵하느라 시간을 좀 잡아먹습니다. 같거나 비슷한 내용을 되풀이하느라 무척 지침……. 그리고 선택지나 메뉴 등에 터치 기능이 대응 안 돼서 조작도 미묘하게 불편하고요.
이런 류의 게임은 당연히 원작 팬을 타깃으로 삼고 제작했겠지만, 독립된 오리지널 스토리인 데다 내용 설명도 게임 내에서 다 나오니 원작과 상관 없이 게임 단독으로 즐겨도 크게 문제는 없을 거 같네요. 물론 원작 팬이면 더 깊게 즐길 수 있을 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