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전격소설대상 <대상> 수상작으로, ‘코쿄쿠 이즈키’의 데뷔작입니다. 일러스트를 중시하는 라이트 노벨의 성향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표지 일러스트와 속표지를 제외하면 삽화가 없습니다. 하늘에 커다랗게 떠있는 달과 그 아래 펼쳐진 울창한 숲, 붉게 피어난 연화, 그리고 그 속에 서 있는 부엉이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네요.
이마에 새겨진 낙인과 양팔다리에 채워진 쇠사슬을 지닌, 스스로를 ‘부엉이’라 칭하는 소녀는 “잡아먹히고 싶다.”라는 바람을 이루고자 마물들이 넘쳐나는 밤의 숲으로 찾아옵니다. 어둠으로 가득한 숲 속을 비추는 아름다운 달빛 아래에서 소녀는 마물들을 지배하는 밤의 왕을 만나게 되지요. 죽음을 바라며 자신을 먹어달라 부탁하는 부엉이의 부탁을 거절하는 밤의 왕. 죽기를 바라는 소녀와 인간을 혐오하는 밤의 왕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는데…
인간에게 학대받고 배척당했던 부엉이와 밤의 왕, 두사람 간의 교감이 중심이 되는 서정적인 분위기의 소설입니다. 부엉양의 어수룩한 모습이 귀엽고도 짠해서… 후에 부엉 양이 여러 가지 감정을 알게되고 격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인상적입니다. 확 끌어당기는 흡입력이나 박진감 같은 건 없지만 잔잔한 분위기의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읽어봐도 나쁘지 않을 듯하네요.
그나저나 이 책이 정발판으로 발매될 경우, 부엉이(ミミズク)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할 것 같습니다. 발음 그대로 ‘미미즈쿠’라 번역하면 소설의 분위기가 안살 것 같고, 뜻대로 부엉이라 번역되면 이름을 이용한 말장난이나 애칭을 제대로 살릴 수 없을 것 같고… 물론 역자주를 달수도 있겠지만 와 닿는 느낌이라는 게 다르니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