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페쥬

미야후지 카구라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간 파티에서 포르테일을 연주하는 아름다운 소녀를 보고 한눈에 매료됩니다. 그 소녀는 카구라의 재종 언니로, 타카야 본가의 아가씨인 타카야 스쿠네. 스쿠네 역시 자신을 따르는 카구라를 몹시 귀여워해서, 두 사람은 그 이후로 가까이 지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카구라는 집안 사정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외국으로 떠나게 되어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게 되지요. 3년간 외국에서 생활하던 카구라는 고등학교만큼은 스쿠네 언니와 함께 다니고 싶다는 일념으로 자신이 다니던 여학원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오랜만에 스쿠네 언니를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가슴 설레던 카구라 였지만 자신을 마치 낯선 타인처럼 대하는 스쿠네의 태도에 충격을 받는데…

 

작년말에 코가도 스튜디오에서 발매한 뮤직 액션 게임 『솔페쥬』입니다. 주인공인 카구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학원 라이프. 일러스트나 설정이나 등장 캐릭터 간의 구도도 대놓고 백합 향기가 물씬 풍기네요. 공략 캐릭터는 오랫동안 동경해 온 재종 언니 스쿠네,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해왔던 소중한 친구 치호, 스쿠네를 둘러싸고 카구라와 신경전을 벌이는 깐깐한 선배 마리 등 세 명. 시나리오는 공통루트인 푸가편 이후 각 캐릭터 루트로 나뉩니다.

 

  • 스쿠네 루트 : Nocturn

중학시절 호감도 맥스 찍고 공략완료 상태였던, 카구라가 사모해 마지 않는 스쿠네 언니. 언니와 함께 하고 싶어서 기껏 학원으로 돌아온 카구라는, 그간의 노력이 백지 상태로 돌아가 버린 황당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처음 플레이 했을 땐 시나리오가 왠지 어설프긴 해도 그냥저냥 보통이라 느꼈는데, 다른 루트를 접하고서 이 시나리오가 심각한 설정 파괴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평가가 급하락. 아귀가 안맞는게 소소한 부분이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는데, 이 시나리오의 양대 갈등축 중 하나-스쿠네는 포르테일을 연주할 수 없다-가 전체적인 시나리오랑 어긋나서…;; 게다가 카구라랑 치호는 어째서 스쿠네의 비밀에 대해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걸까요? 다들 눈이 삐었나…;; 그 외 여기저기 태클 걸 부분이 많습니다.

어쨌거나 온갖 노력 끝에 마지막엔 사모하는 스쿠네 언니를 되찾은 카구라. 카구라라면 쓸개도 내어줄 타카야가의 차기 당주인 스쿠네가 뒤에 버티고 있는데다, 카구라에게 커다란 마음의 빚과 은혜를 입은 선대당주에게 둘 사이도 인정 받았으니 이제 타카야가는 카쿠라의 손아귀에…!

  • 치호 루트 : Rhapsody

카구라의 오랜 친구인 치호. 언제나 덜렁이에 소심한 카구라 곁을 지켜왔지만, 스쿠네라는 강력한 라이벌에게 콩깍지 쓰인 카구라의 모습을 보고 결국 한발짝 물러서서 좋은 친구로 남는 길을 선택했었지요. 그러나 이게 왠 횡재! 스쿠네의 가드가 사라진 틈을 타 카구라의 파트너 자리를 차지하는데 성공합니다. 엔딩은 우정이상 사랑미만. 둔한 카구라는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카구라를 사수하기 위한 치호의 투쟁이 계속된다~라는 느낌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치호의 행동이 좀 억지스러워 보이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카구라를 못잡아먹어 안달난 마리 선배에게 파트너가 되어 달라 부탁해보라고 카구라를 종용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갑니다. 치호 양은 다른 루트에서 더 매력을 발하는 듯하네요. 이렇게 발랄하고 믿음직한 친구가 곁에 있다면 정말 마음 든든할 듯합니다.

  • 마리 루트 : Rondo

스쿠네 루트에선 악역이었던 마리 선배. 겉보기엔 깐깐하지만 사실 소심하고 심약, 낯을 심하게 가리는데다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카구라 양의 호감도를 좌우하는 것은 포르테일의 음색인 것인가…?! 그동안 줄곧 대하기 껄끄러워하던 마리 선배의 포르테일 연주를 듣고 홀라당 빠져서 마리 선배에게 자신의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열렬히 어택하기 시작하였으니…

시나리오는 세 캐릭터들 중 가장 나은 것 같습니다. 서브 캐릭터인 학생회 멤버들의 활약도 두드러지고요.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전혀 다른 성격의 두사람이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이 나름 좋았어요. 마지막에 카구라가 스쿠네와의 관계를 매듭짓는 것도 괜찮았고. 그런데 마리 선배가 악보를 건네주기 전에 카구라 혼자 두사람의 세션곡을 연주한 건 살짝 에러인 듯…

어쨌거나 여러모로 애매했던 『디어 피아니시모』 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쿠라모토 카야의 일러스트도 반짝반짝하니 예쁘고요. 시나리오랑 설정에 오류가 많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보컬곡들도 좋긴한데, 리듬 액션의 난이도가 좀 높은 것 같네요. 다른 곡들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유우나와의 세션곡인 「Dreamer」, 이렇게나 리트라이 해보기는 이 곡이 처음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