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쇼가 섬에 온 첫날 폭발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과연 어찌 되었을까…?’라는 전제로 시작하는 『Flyable Heart』 스핀오프작입니다. 본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시라사기 마유리가 단독 히로인입니다. 본편에서 나왔던 판타지적 요소를 배제한, 다소 진지하고 차분한 분위기예요. 사실 본편의 시끌벅적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긴 한데… 이건 이거대로 나쁘진 않네요.
앞서 말했듯이 이 게임의 히로인은 마유리 단독인 만큼, 마유리 루트 일직선 진행입니다. 선택지도 중간에 딱 하나 나올 뿐이에요. 전반에는 쇼와 마유리가 서로 마음이 통하는 과정, 후반에는 마유리를 억압해 왔던 시라사기가의 사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철저히 마음의 문을 닫고 뒤로 물러서려는 마유리와 어떡해서든 마유리에게 다가가려는 쇼, 그런 두 사람을 도우려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훈훈하네요. 마유리를 지탱하는 사쿠라코와 쇼를 응원하는 스메라기 남매의 마음 씀씀이가 살뜰한데, 특히 마유리와 기묘한 유대로 엮인 소류의 활약이 눈부셨습니다. 이야기 내내 두 사람을 위해 힘써준 소류의 공로가 보통이 아니네요.
본편에서는 쇼와 마유리가 연인이 되긴 했지만, 마유리의 집안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끝났는데 이 이야기 후반에서는 그 부분을 다룹니다. 가문의 명예를 중시해 마유리를 엄격하게 대하는 할머니의 처사와 그 때문에 집안에서 붕 떠 있는 마유리의 애매한 위치, 가족 사이에 미묘하게 뒤틀린 관계, 하지만 그 안에 보이지 않는 가족애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네요. 여기저기 드라마 단골 소재인 막장 요소가 보이는데, 웬만하면 금방 진실을 눈치챌 수 있을 듯.
마유리는 진실을 모른 채 시라사기가를 떠났고, 할머니는 절연이라는 형태로 마유리를 가문에서 해방시켜주었는데… 쇼와 함께 인생을 걷기로 한 마유리는 머지않아 그간 갈구하던 따뜻하고 정겨운 가족을 손에 얻겠지만, 언젠가 마유리가 시라사기가 사람들과 대등하게 마주할 날이 올지 모르겠네요. 시라사기가 사람들도 결국 틀 안에 갇혀버린 희생자이고 피해자이니…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도 사쿠라코 사망 확정…일까요? 사쿠라코는 부드럽고도 강한 아이라 참 마음에 드는데 말이죠. 사쿠라코도 시게키 씨도 다들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는데… 설정대로 간다면 어느 쪽이 되었든 마유리는 소중한 사람을 잃을 처지라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본편에서는 만난 적 없던 사쿠라코와 시게키 씨의 대면이 이뤄진다니 뭔가 좀 짠하다면 짠하고…
올클리어하면 타이틀 화면 메뉴 밑에 핑크빛 도넛이 나오는데 이걸 클릭하면 차회예고를 볼 수 있습니다. 유이가 쫑알쫑알 팬 디스크 예고하는 모습이 귀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