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 소프트웨어가 내놓은 탐정신사 시리즈 제1탄 『불확정 세계의 탐정신사』를 리뉴얼한 작품입니다. 어른들의 사정 때문인지 캐릭터 디자인과 원화와 CG 등을 죄다 갈아엎었다고 하네요. 『불확정 세계의 탐정신사』(오리지널판) -> 『탐정신사 DASH!』(DC판) -> 『불확정 세계의 탐정신사 Hardcore!』(DC 역이식판)에 이어서 네 번째로 나온 게 이 물건인 모양. 그 뒤로도 『불확정 세계의 탐정신사 ~아교 소마의 사건 파일~』(PS2판)이랑 『불확정 세계의 탐정신사 Origin!』(비스타 대응판)까지 나왔으니 꽤 우려먹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드보일드 어드벤처를 표방하는 이 작품의 특징은 여러 동작 아이콘 중 하나를 골라 화면 위 영역을 선택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프루프 타깃 시스템. 화면 위를 조사하고 인물과 대화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등 여러 행동을 취하면서 사건을 해결해 갑니다. 그런데… 이 게임 참 어렵네요. 장소를 이동하면 시간이 흐릅니다만,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 인물이 나타나거나 이벤트가 벌어지는데, 잘못하면 그저 왔다갔다하며 허송세월할 뿐 제대로 풀어갈 수가 없어요…! 자력으로 헤쳐나가기엔 너무 막막해서 결국 공략 사이트를 참고하며 엔딩을 보았습니다.
하여간에 남들과 무리짓지 않는 한 마리 외로운 늑대 소마는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 그 사정을 듣고 의뢰를 받아 이를 풀어가는데 알고 보면 이 사건들이 다 하나의 커다란 줄기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를 추적하는 와중 메이 드로이드라 불리는 기계인형 민트와 만나 함께 생활하게 되고 민트를 둘러싼 음모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 음모는 증오해 마지 않는 범죄조직 아웃피트의 음모와 가슴속 상처로 남은 전처 아야메의 존재로 이어지고, 소마는 과거와 마주하게 되는데…
주인공 소마는 겉으로 온갖 능청을 떨어도 속으로는 진중한 타입이네요. 게다가 제법 순정파라 아야메를 가슴속 깊이 품고 있던 모양이고. 말로는 자기를 배신하고 범죄자랑 눈 맞아서 도망가버린 아야메를 증오한다고는 하는데, 아야메가 떠나버린 원인이 된 아웃피트를 싹 쓸어버리려는 모양새나 아야메의 안위를 걱정하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면… 남들과 선 긋고 홀로 외롭게 지내가 자신의 일상에 파고든 민트에게 애정이 생기게 된 모양이지만요.
이야기 후반부에 소중한 것을 차례차례 잃고 탐정사무소에 돌아와 홀로 담배 피우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소마는 게임 내내 니코틴은 질색이라는 둥, 담배는 죽기 직전 딱 한 번 피는 거라는 둥 얘기했는데 마지막에 그 모습이 짠하더라고요. 이대로 끝났더라면 감동적이었겠지만…
어쨌든 제법 재미있게 즐긴 터라 후속작인 『미스테리트』도 플레이해봐야겠습니다. 본작에서 소마와 민트는 행방불명 처리되었는데 본편 클리어 후 플레이할 수 있는 마이코 리포트에서 『미스테리트』의 등장인물이자 소마의 부하 미유키를 통해 소마의 행적에 대한 의문이나 이를 추적한다는 둥 이런저런 떡밥을 뿌리는 걸 보니 소마가 후속작에서 등장할지도 모르겠네요.
갈아엎기 전 작품을 접해보지 못해서 그래픽면에서 호오 비교는 못 하겠고… 이 작품만 놓고 보자면 인터페이스나 시스템이 구리네요. 특히 백로그 창이 그게 뭐야…;; 2004년 발매작인 걸 감안해도 이건 좀 아닌 듯. 그리고 전화 걸 때 전화번호도 일일이 입력해야 해서 좀 번거로웠습니다. 프루프 타깃 시스템은 단조로운 텍스트 어드벤처와는 다른 맛을 보여줘서 좋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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